심장마비 응급실 가도 생존 3%…뇌 회복 0.9%

심장마비 응급실 가도 생존 3%…뇌 회복 0.9%

입력 2012-10-21 00:00
수정 2012-10-21 10:1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질병관리본부 분석..심장마비 12월·일요일·오전에 많이 발생병원도착 전 일반인 심폐소생술 비율 2%에 그쳐..美·日의 1/10 이하

병원 밖에서 갑자기 심장 활동이 멈추는 심정지(심장마비;Cardiac arrest)를 겪어 응급실로 옮겨져도 100명 중 3명만 목숨을 건지고, 뇌기능까지 회복하는 것은 단 1명 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초기 심폐소생술을 받는 비율이 미국과 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으로, 심폐소생술 교육 확대와 제세동기(심장충격기) 설치·활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심정지 절반은 운동·근무 아닌 일상생활 중 발생 = 21일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병원외 심정지 의무기록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0년 병원 밖 심정지 사례 9만7천291건을 분석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심정지 발생률은 ▲2006년 39.3명 ▲2007년 39.7명 ▲2008년 41.4명 ▲2009년 44.4명 ▲2010년 44.8명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였다.

질병관리본부의 이 연구는 심정지 환자에 대한 소방방재청(119구급대)의 구급일지와 이송된 병원 의무기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5년 평균 남성 환자의 비율(64.9%)이 여성(35.1%)을 웃돌았고, 65세이상 노인이 절반(50.3%)을 차지했다. 전체의 47.3%는 16~64세, 2.3%는 15세이하 연령층에서 나타났다.

월별로는 12월(9.5%)에 가장 많은 반면 6월(7.6%) 발생률이 최저였다. 주로 겨울과 봄에 상대적으로 심정지가 늘고, 여름과 가을에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구급차 호출 시각을 기준으로 발생 시간대를 살펴보면 오전 6시~낮 12시 사이 심정지 사례의 34.5%가 몰려있었다.

요일별 발생률은 일(15.0%), 월(14.9%), 토(14.6%), 금(14.0%), 화·수·목(각 13.8%) 순이었다.

또 일반적 통념과 달리 심정지는 신체 움직임이 활발한 운동·레져(2.7%)나 스트레스와 관계있는 근무(5.1%) 상황보다 일상생활(47.8%) 중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밖 일반인 심폐소생술률 2.1%, 생존퇴원율 3%, 뇌기능회복률 0.9% = 심정지 발생 당시 주위 사람들이 이를 목격한 사례는 전체의 38.2% 정도였다. 그러나 목격한 경우라도 일반인이 응급조치로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비율은 5년 평균 2.1%에 불과했다.

연도별 심폐소생술률이 ▲2006년 1.0% ▲2007년 1.7% ▲2008년 1.8% ▲2009년 2.6% ▲2010년 3.1% 등으로 계속 높아지고는 있지만 미국(33.3%), 일본(34.8%)와 비교하면 2010년 기준으로도 여전히 10분의 1이하 수준이라고 질병관리본부는 지적했다.

병원을 찾은 심정지 환자의 심전도 결과 대다수인 77.9%가 제세동(심장박동을 정상으로 돌리는 조치)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심실세동 등 소생 가능한 리듬이 확인된 경우는 3% 뿐이었다. 심정지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심실세동(소생 가능 리듬)을 보이는 비율은 북미·유럽·일본이 20~25%, 대만이 6~11%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데, 이 같은 차이 역시 병원 밖 심폐소생술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탓이라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심정지 환자의 병원 도착 시점 생존율은 9.4%, 살아서 퇴원한 경우는 3.0%에 불과했다. 목숨을 구했더라도 뇌기능까지 회복된 경우는 0.9% 밖에 없었다.

이는 미국(11.4%), 스웨덴(14.0%), 노르웨이(13.0%) 등 해외 심정지 환자의 생존 퇴원율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심정지의 74.3%가 심장이상 때문이었고, 나머지는 외상·질식·익사·화상·전기감전 등 비(非)심인성 심정지였다.

구급대가 신고를 받은 뒤 4분 안에 반응하는 비율은 2006년 12.3%에서 2010년 8.9%로 오히려 떨어졌고, 병원까지 이송시간 역시 8분내 도착하는 경우가 2006년 1.3%에서 2010년 0.7%로 줄었다. 이는 교통체증이나 고층 건물 증가 등 사회적 요인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최정아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 만성질환관리과 연구원은 “일반인이 심정지를 목격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비율이 5년 평균 2% 뿐”이라며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과 뇌기능 회복율을 높이려면 지역사회 단계에서부터 심폐소생술 참여를 크게 늘리고 빠른 이송과 심정지 전문 치료가 가능한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심정지 발생 장소·상황·목격·일반인 심폐소생술 통계(2006~2010년)>

<심정지 환자 이송시간·심전도·원인·처치결과 통계(2006~2010년)>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