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이통 3사에 보조금 경쟁 자제 ‘경고’
이동통신사들의 가입자 빼앗아오기 경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지난달 번호이동 건수는 3년 만에 최대이며, 역대 4번째로 많은 기록을 세웠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장 과열의 지표인 번호이동이 과도하다고 판단, 이통 3사에 ‘구두 경고’ 조치를 했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현황에 따르면 8월 번호이동(자사간 이동 제외)은 113만280건으로 7월 104만1천78건보다 8.5% 늘었다.
2009년 6월(124만9천765건) 이래 3년여 만에 최고였던 7월 번호이동 수를 누르고 새로운 기록을 세운 것이다. KTOA가 번호이동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4번째로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사업자별로는 SK텔레콤이 4만8천189명을 빼앗겼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만2천660명, 3만5천529명의 가입자를 늘렸다.
통신업계는 7월 말부터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던 이통 3사가 지난달 14일을 기해 보조금 출혈 경쟁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14일 번호이동 수는 21만6천건에 불과했지만 15∼31일 번호이동은 91만4천건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번호이동이 가장 많았던 28일에는 하루에 이통사를 옮긴 가입자가 10만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번호이동에 대한 업계의 해석은 순증 가입자가 가장 많은 LG유플러스가 번호이동 경쟁을 촉발했다는 시각과 KT가 먼저 보조금 경쟁을 시작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대응했다는 분석 등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가입자 1천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고, KT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번호이동 시장에서 가입자가 순증하고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그간의 부진을 극복하고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KT는 올해 LTE 가입자 수 목표(400만명)을 50%밖에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가입자를 끌어올리기 위해 보조금을 투입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LTE 목표치를 70% 가까이 달성한 상태다.
아이폰5, 옵티머스G, 갤럭시노트2 등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에 갤럭시S3 등 기존 단말기의 재고를 급히 팔아치우고, 약정기간 이전에 서비스를 해지하면 위약금을 내야 하는 요금제가 이달 시행되기 전에 가입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판매자들의 심리도 번호이동 과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방통위는 지난 주말 3사 임원과 마케팅 실무자에게 보조금 경쟁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는 ‘구두 경고’ 조치를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8월 말 이후 보조금 경쟁이 가라앉고는 있지만 3사가 경고 내용을 이행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지난달 보조금 경쟁은 ‘LTE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혜택을 집중함으로써 기기변경 등 다른 가입자를 차별한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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