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人] 알레산드로 레이폴드 리스본 카운슬 수석 이코노미스트

[포커스 人] 알레산드로 레이폴드 리스본 카운슬 수석 이코노미스트

입력 2012-05-21 00:00
수정 2012-05-2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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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유로존 탈퇴 현실화할 수도…한국, 자금유출 대비 방화벽 쌓아야”

“해변과 병원 중에 어디에 가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누구나 해변을 선택하겠지만, 때론 원치 않아도 병원에 가야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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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 레이폴드  리스본 카운슬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레산드로 레이폴드 리스본 카운슬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레산드로 레이폴드 리스본 카운슬 (Lisbon Council)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이탈 가능성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콘퍼런스 참석 차 처음 한국을 찾은 레이폴드는 성장과 긴축을 각각 해변과 병원에 비유했다. 그는 “지금의 유럽 위기를 타개하려면 성장과 긴축 사이에 정책적인 조합(policy mix)이 중요하다.”면서 그리스 등 유럽의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긴축 폐기·성장 강조’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레이폴드는 유럽 경제 전문가다. 1970년대 후반 유럽통화제도(EMS) 설립에 참여했고 1982년 국제통화기금(IMF)에 합류해 유럽 담당 국장 대행을 지냈다. 현재 몸담은 리스본 카운슬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싱크탱크이다. 유럽의 정치·경제 네트워크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레이폴드는 ‘메르콜랑드’(올랑드 신임 프랑스 대통령+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적 공조가 잘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독일 정상은 반대 성향의 정당 출신일 때 협조가 더 잘됐다.”고 말했다. 1970년대 후반, 프랑스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보수대연합)과 독일 헬무트 슈미트 총리(사회민주당)가 유럽의 환율 안정을 위한 EMS 설립에 적극 나서는 등 경제 부문에서 긴밀히 협력했던 예를 들었다. 레이폴드는 “올랑드 대통령이 당선 전에는 성장을 강조했지만, 이는 정치적인 수사로 현실적으로 긴축안을 외면할 순 없다.”면서 “그 자신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재정협약의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 레이폴드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미 영국과 체코를 제외한 유럽연합(EU) 25개국이 채택한 사항을 다시 꺼내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경제성장을 위한 성장 협약(growth pact)을 추가할 순 있다.”면서 “성장 협약이 다음 유럽 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될 의제”라고 말했다.

레이폴드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EU나 유로존이 그리스를 위한 구제금융 규모, 투입시점 등 기존 계획을 수정해 주지 않거나, 그리스 정치인들이 긴축안 거부를 고집한다면 그렉시트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야 사태가 봉합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의 대량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와 관련, 레이폴드는 스페인, 이탈리아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스페인의 방키아처럼 재무상태가 나쁜 일부 은행이 어려움을 겪을 순 있겠지만 유럽 전 은행의 뱅크런 전염 사태는 빚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그리스의 뱅크런도 ‘패닉’으로 볼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뱅크런이 발생한 영국의 노던록은행(3일 만에 약 3조 7000억원 인출) 사례보다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레이폴드는 아시아도 유럽 재정위기의 타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나간다면 국제 금융시장에 무질서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유럽의 투자 비중이 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도 방화벽 쌓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나라는 내수진작을 통해 외부 경기 영향력을 줄여한다.”면서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그리스의 총선이 치러지는 한 달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글 사진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2-05-2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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