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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눈물의 적자수주’ 왜?

건설업계 ‘눈물의 적자수주’ 왜?

입력 2012-05-10 00:00
업데이트 2012-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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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에서는 공사해서 남는 게 없어요. 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그 많은 인력을 놀릴 수도 없고….”(A 대형건설업체 사장)

“공사가 끝나갈 때쯤엔 손해가 났다며 공사비를 더 달라는 하청업체와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수도권 B 중소건설사 대표)

건설업계가 공공공사 공사비가 낮다고 아우성이다. 건설사 10곳 가운데 9곳은 공공공사를 해서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공사는 끊임없이 따낸다. 속으론 남아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9일 대한건설협회가 지난 4월 2일부터 20일까지 상위 300개 건설사 및 대표회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85%가 공사비 수준이 적정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또 최근 1년간 수행한 공사 중에 적자가 예상되는 공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51%가 ‘있다’고 답했다. 최저가 대상 공사의 경우는 응답자의 52%가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년간 수행한 공공공사에서는 설문대상 업체의 95%가 이윤 없이 공사를 했다고 응답했고, 이 가운데 50%는 일반관리비조차 확보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히는 등 손해보는 현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최근 최저가 대상 공사 평균 낙찰률(낙찰금액을 예정가로 나눈 비율)이 72~73% 선이었다. 지난해 9월 발주한 새만금지구 산업단지 2공구는 낙찰률이 54.9%였다.

수익이 나지 않는데도 건설업체들이 무리하게 수주를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실적과 인력 활용 문제. 수주를 하지 않으면 외형이 줄어들고, 인력이나 장비를 묵혀두면 손해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체 임원은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임기 3년 동안 외형이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적자를 2~3년 나눠서 반영하면 표가 나지 않을 것 같지만 누적되면 회사에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하청업체에 부담을 전가하는 경우도 있다. 하청업체도 일감 확보차원에서 저가로 수주를 하지만 결국은 손해가 나 부도를 내고 쓰러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수도권의 한 하청업체는 저가로 수주했다가 손해가 나자 원청업체의 약점을 잡고 공사비를 더 달라고 협박한 경우도 있다.

건설업계의 한 원로는 “최저가 제도를 한 10년 지속해서 무리하게 공사를 따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든지, 아니면 최저가의 취지도 살리면서 적정 공사비를 보전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이루든지 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 상황이 지속되면 건설업계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부실 공사의 우려도 커진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2012-05-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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