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농협·신협·보험사 ‘철퇴’

빚 권하는 농협·신협·보험사 ‘철퇴’

입력 2012-02-26 00:00
업데이트 2012-02-2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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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 가계빚 400조 돌파…대출억제, 건전성관리 강화

정부가 26일 발표한 ‘제2금융권 가계대출 보완대책’은 농협ㆍ신협 등 상호금융 조합과 보험회사의 지나친 대출 권유를 억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에 주안점을 뒀던 지난해 6월29일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의 후속 성격이 짙다. 걱정했던 대로, 은행권 대출을 억누르니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까지 억제하면 저소득ㆍ저신용자의 대출 수요가 제도권을 벗어나 불법 사채시장으로 흘러갈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해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맞먹는 제2금융 가계대출…400조원 돌파

제2금융권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이 된 건 2007년부터다. 그 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38조1천억원(16.7%) 늘어나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 은행권(17조5천억원, 5.0%)을 앞질렀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여 연간 5~6%대 증가에 그친 은행권을 압도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2004년 말 193조8천억원으로 은행권 276조3천억원에 크게 못 미쳤지만, 지난해 말에는 402조3천억원으로 은행권(455조9천억원)과 비슷해졌다.

최근에는 상호금융(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과 보험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상호금융은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이 175조원으로 1년 만에 20조2천억원(13.1%) 늘었다. 새마을금고가 17.5%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신협 15.1%, 농ㆍ수ㆍ산림조합 11.5%였다. 상호금융 가계대출은 9년 새 4배 가까운 규모로 커졌다.

보험사도 지난해 가계대출이 6조4천억원(9.3%) 늘었다. 증가율은 2009년 4.9%, 2010년 3.0%에 비춰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전년 말 대비 1.6% 증가에 그쳤으나 하반기 들어 7.7%로 급증했다.

금융위원회 정은보 금융정책국장은 “6ㆍ29 대책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한 반면 제2금융권은 증가세가 확대됐다”며 가계부채 대책의 풍선효과를 인정했다.

◇농ㆍ수ㆍ신협ㆍ새마을금고 대출 억제에 초점

금융위는 제2금융권 중에서도 최근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 상호금융에 초점을 맞췄다.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강화,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대출한도 축소 등 정책과 제도에 변화를 줬다. 전국 2천500개에 달하는 상호금융 조합을 일일이 통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대율 상한선은 80%로 주어졌다. 현재 상호금융 각 분야의 예대율은 평균 70% 안팎이지만, 2천500개 조합 가운데 14%(약 350개)는 80%를 넘는다. 이들 조합은 2년 안에 예대율을 80% 밑으로 낮춰야 한다.

금융위는 예수금이 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예대율 관리로 대출 3천109억원이 2년에 걸쳐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거치식ㆍ일시상환 대출과 다중채무자 대출은 ‘고위험 대출’로 분류된다. 새로 고위험 대출을 취급하거나 기존 고위험 대출을 만기연장하려면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정은보 국장은 “내부적으로 3억원 정도를 (고위험 대출의) 기준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현재 고위험 대출이 모두 만기연장된다고 가정하면 충당금 추가 적립 규모는 2010년도 당기순이익의 7.3%에 해당하는 918억원에 달한다.

비조합원의 대출 한도는 연간 신규대출 총액의 3분의 1로 묶었다. 다른 조합의 조합원에 대한 대출을 조합원 대출로 포함하는 것도 금지했다. 영업구역을 벗어나 대출을 마구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렇게 하면 농협은 비조합원에 대한 대출을 3천928억원, 수협은 3천219억원 줄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 설계사 대출 권유ㆍ알선도 금지

금융위는 일선 보험설계사의 지나친 대출 권유를 억제해 보험사 가계대출을 관리하기로 했다.

보험 계약자를 모집하거나 상담하는 과정에서 대출을 권유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는 조만간 금지된다. 대출 광고를 담은 전단을 뿌리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제한된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대출 모집인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보험사를 골라 집중적으로 검사할 방침이다.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과 리스크 평가지표도 강화한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해당하는 위험기준자기자본(RBC)을 산출할 때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위험가중치가 1.4%에서 2.8%로 2배가 된다.

일시상환ㆍ거치식 대출이나 다중채무자 대출 등 고위험 대출은 위험가중치가 4.0%로 추가 상향된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보험사가 쌓아야 할 충당금은 1천827억원 늘어난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지급여력비율(보험금 지급 능력)은 4.3% 하락하게 돼 현재 수준을 유지하려면 3천억원의 대출 자산을 줄여야 한다.

정 국장은 “(부실 확률이 낮은) 보험 약관대출은 제외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법사채 기승 우려…”서민금융 강화로 흡수”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을 억제하면 소득이 낮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은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다. 이 같은 대출 수요가 불법 사채시장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는 올해 서민금융 정책을 한층 강화해 불법 사채가 기승을 부리지 않도록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3대 서민우대 금융상품의 지원 규모를 늘리고 요건과 절차를 완화하기로 했다.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11%의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바꿔드림론’은 올해 4천억원 지원된다. 바꿔드림론의 지원을 받고 3년이 지나면 3천만원까지 또 지원받을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빚을 성실히 갚는 신용회복지원자에 연 4%의 저금리로 빌려주는 재활자금도 지원 규모를 1천억원으로 확대한다.

주택금융공사는 부부합산 연소득이 3천만원 이하인 가구는 제2금융권 전세자금 대출을 은행으로 돌릴 수 있는 특례보증 제도를 만들어 오는 27일 시작한다.

주거 목적의 오피스텔과 노인복지주택의 세입자는 주택금융공사가 전세자금 보증을 신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정 국장은 “정책적 노력을 통해 서민금융에 대한 접근성을 최대한 높이고, 정책금융을 통해 (제2금융권 대출 수요를) 흡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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