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 방지? 카드업계 속으론 “휴~”

출혈경쟁 방지? 카드업계 속으론 “휴~”

입력 2011-07-13 00:00
업데이트 2011-07-13 00:1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정부가 최근 발표한 신용카드사 과당 경쟁 방지 대책에 대한 카드사들의 반응이 묘하다.

이미지 확대
겉으로는 “반시장적이다. 장사하지 말란 소리냐.”며 불만이지만 속으로는 큰 타격이 없을 거라는 계산에 웃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의 도화선으로 지목되는 카드업계의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지만 업계에 자율권을 준 부분이 독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여신전문감독국은 이달 초 전업계 7곳과 은행계 13곳 등 20개 카드사 임원을 불러 시장점유율과 최근 5년간 영업 증가폭을 고려해 각 사별로 ▲카드대출 자산 ▲신용카드 이용한도 ▲신용카드 발급 수 ▲마케팅 비용 등 4개 부문의 연간 적정 증가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각 카드사는 이를 토대로 결정한 올해 영업 목표치를 금감원에 제출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정부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카드 대출 자산의 연간 증가율을 연 5%대로 제한했다. 신용카드 이용한도 증가율과 카드 발급 증가율의 한도는 각각 연 5%와 3%로 제한했다. 카드사들이 영업 경쟁을 위해 쓰는 마케팅 비용 증가율을 연 12%대로 억제했다. 정부는 일주일 단위로 카드사들의 영업 상황을 점검하고 적정 성장기준을 지키지 않는 카드사에 대해 특별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신용카드사 등의 과도한 외형 확대경쟁 차단 특별대책’이라고 이름 붙은 이번 대책은 “카드업계에서 곡소리가 날 정도로 강력한 대책을 가져오라.”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주문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대형카드사의 한 임원은 “기업의 이윤 추구 행위를 규제하는 반시장적인 대책이지만 금융당국이 ‘융통성’을 발휘해 준 덕분에 실제 영업에 큰 지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마케팅 비용이다. 금감원은 포인트 및 마일리지 적립, 카드모집인 수당, 광고비, 무이자할부 이벤트 등에 사용되는 마케팅 비용의 연간 증가율 목표치의 기준점을 각 회사가 정하도록 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지출한 금액 또는 올해 상반기(1~6월)에 지출한 금액 가운데 선택해 이를 기준으로 올해 말까지 비용이 연 12% 이상 늘어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 지난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벌인 회사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마케팅 비용을 책정하고, 올해 초 마케팅 물량을 쏟아부은 회사는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비용을 정하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큰 제약이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KB국민카드의 분사 등을 계기로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에 출혈 경쟁이 심했다.”면서 “지난해 마케팅 비용이 전년보다 1조원(30.3%)가량 증가하는 등 과도한 지출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연 12%의 증가율도 적정 수준을 넘어선다. 카드사로서는 마케팅에 충분한 돈을 투자할 여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마케팅 비용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의 절반 정도가 소비자에게 주는 포인트, 할인 혜택에 쓰인다.”면서 “이 비용을 갑자기 축소시키면 소비자 혜택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어 조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1-07-13 18면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