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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 ‘전면전’ 선언…대외악재 산재

물가와 ‘전면전’ 선언…대외악재 산재

입력 2011-01-13 00:00
업데이트 2011-01-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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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3일 물가와 ‘전면전’을 선포하고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대외 악재가 산재한 만큼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공공요금과 대학등록금의 원칙적 동결 유도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내놓았으나,‘풍선효과’처럼 올해 상반기에 억제된 물가가 하반기에 부풀어올라 터질 수도 있어 결국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연초에 물가 불안 조짐을 보이자마자 선제적으로 강력한 인상 억제 방침을 천명하면서 전방위 사수 태세에 돌입해,시장의 불합리한 가격 인상에 대한 억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올해 물가 악재 ‘첩첩산중’..“공급 쪽 충격 클듯”

정부가 연초부터 물가와 전쟁을 선포한 데는 물가동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1-3월 중에 등록금,가공식품 등의 인상요인이 집중돼 정부로서는 올해 상반기에 물가를 잡지 못하면 연간 물가 상승률을 3% 수준에서 묶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특히 공급 쪽 충격을 우려했다.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올해 물가여건은 당초 전망보다 어려워질 것 같다”면서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가.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충격이 예상보다 크게 발생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12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3%로 인플레 심리가 높아진 상태에서 자장면 1그릇 값이 지난해 12월 3천823원에서 3천874원으로 오르는 등 개인서비스 요금의 상승압력도 감지되고 있다.

 일부 식품업체는 설탕가격 상승(9.8%) 이유로 음료 가격을 4-7% 기습 인상하기도 했다.

 국제원자재 가격 동향도 우려스럽다.

 옥수수와 밀은 지난 11일 현재 전년과 비교해 43.5%와 32.6%가 각각 급등했다.지난해 하반기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중 가공식품.공산품 등의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농산물 또한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겨울 배추 생산량이 평년보다 17.6% 감소했고,배와 감귤도 각각 30%와 19%씩 줄었다.고등어와 오징어 어획량도 28%와 30%나 급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농산물의 경우 지난해 작황 부진에 따른 공급 물량 감소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까지는 가격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앙공공요금의 경우도 최근 3-4년간 안정됐으나 원가 부담으로 인상 압력이 강하며,지방공공요금은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올해 인상 압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시내버스요금의 경우 서울,인천,경북 등이 20%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재료비,인건비 등 원가 상승과 인플레 기대심리 등의 영향으로 외식비와 목욕료,이.미용료 등 개인서비스 요금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물가와 전쟁 돌입..전방위 사수

정부의 물가와 전쟁은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연설에서 본격화됐다.

 이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성장이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물가를 3%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비상한 각오를 밝혔다.

 이 같은 물가와 전쟁 선포 배경에는 지난해 ‘배추 파동’ 등으로 대표되는 장바구니 물가의 급등에 따라 6%의 성장에도 서민층의 체감경기 회복은 충분치 않은데다,올해도 유가 급등 등 물가 여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통령마저 나서 물가 불안에 적극 대응을 주문함에 따라 그동안 기획재정부 위주로 마련됐던 물가 대책에서 벗어나 경제 관련 부처가 총동원돼 현 시점에서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이 집대성됐다.한마디로 올해 상반기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물가 안정에 두고 나온 전방위 대책인 셈이다.

 정부는 연초부터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용 회복,임금 상승 등에 따라 인플레 압력이 커지고 있어,이번 대책에서 거시정책은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면서 시장수급과 가격의 안정을 위한 장.단기 미시대책을 병행 추진함으로써 인플레 기대심리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물가 대책의 초점은 재정.세제지원 강화,농산물 및 가공식품 가격 안정,지방공공요금 및 지방물가 안정,대학등록금 및 학원비 안정,석유제품 및 공산품 가격 안정,불공정거래 감시 및 경쟁확대,주거비 안정,통신비 안정,보육시설이용료 및 외래진료비 안정으로 압축된다.

 이를 위해 관세 인하 등을 통해 국제원자재 가격 등 상승 영향을 완화하는 한편 공공 및 민간의 물가안정 노력을 유도하기 위한 재정.세제상 인센티브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공요금의 경우 원칙적으로 동결하는 방향으로 관리하고 지방물가와 등록금 안정도 유도하기로 했다.담합,편법 인상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 강력히 대응하고 수급안정,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적 대책도 빠른 시일 내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비상시국이 아닌 만큼 2008년 상반기에 전기.가스요금을 동결하면서 인상 요인분을 재정 지원을 했던 극약 처방전까지는 이번에는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합동 비상물가대응체제’도 구축하고 부처별로 현장 밀착형 물가안정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종원 국장은 “물가안정에 거시 정책의 주안점을 둔다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으로 인플레 심리 등에 이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공공요금은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가공식품 등은 연쇄적인 가격 상승이 우려돼 협의체를 구성해 민간 부문의 협조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른 수건 쥐어짜기’..물가안정 효과 있을까

정부의 전방위 물가 대책에도 불구하고 과연 서민물가 안정에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작년에도 추석을 앞두고 요란스럽게 물가대책을 쏟아냈지만 큰 효과가 없었고,무엇보다 여전히 대외경제 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두자릿수를 기록하곤 했던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이제 3% 안팎으로 낮아져 비교적 안정된 수준이지만 여전히 선진국들보다는 높은 편이다.원자재나 곡물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해외수급동향에 따라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물가변동성도 크다.

 상반기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신학기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를 확산하는 동시에 전세금 상승에도 선제 대응하겠다는 게 이번 물가대책의 골자지만 대부분 낯익은 대책들이어서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정책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공공요금 동결,농수산물 공급확대와 유통구조 개선,생필품 가격 정보제공 확대 등‘ 대증요법’만으로는 물가 불안요인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가 물가불안을 잠재우기에 턱없이 낮아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계속 제기된다.물가불안은 물론 자산가격 거품과 가계부채 급증 등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더해진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팽팽히 맞선다.유럽 재정위기 가능성과 미국 경제의 더딘 회복세 등 여전히 세계경제 불안요인이 남아있는데다 국내 경기도 지난해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성장세가 뚜렷이 둔화되는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 연구위원은 “금리는 한번 손을 대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여건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과거 여러 사례를 볼 때 긴축정책을 썼다가 경기가 고꾸라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책이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며 시장에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의지를 전달해 기대인플레이션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대책에 새로운 것이 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기존에 나온 대책들을 조금이라도 더 다듬은 다음에 종합해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태 연구원도 “현재 물가불안은 기상이변과 그에 따른 석유수요 증가와 공급 차질 등 대외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새롭게 내놓을 만한 마땅한 대책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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