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고, 혼자 밥 먹고… 선수들 ‘희망의 샷’ 날렸다

마스크 쓰고, 혼자 밥 먹고… 선수들 ‘희망의 샷’ 날렸다

최병규 기자
입력 2020-05-14 22:24
업데이트 2020-05-15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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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챔피언십 개막에 전 세계 주목

LPGA “골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
AP통신 “한국 야구·축구 이어 골프 시작”
선수들 체온 재고 자외선 살균기도 통과
캐디, 마스크 착용… 취재진도 엄격 통제
박성현 “혼자 앞만 보고 밥 먹어 어색해”
김효주 “갤러리 없어 셀프 박수로 자축”
얼마나 그리웠을까… 최혜진 호쾌한 티샷
얼마나 그리웠을까… 최혜진 호쾌한 티샷 최혜진이 14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42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챔피언십 1라운드 1번홀에서 티샷을 날리자 뒤에 있는 취재진이 날아가는 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땅, 땅, 땅~.’ 14일 오전 6시 20분. 엷은 안개가 깔린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의 산길코스 첫 번째 홀에서 잇단 드라이버 타구음이 새벽 공기를 갈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전 세계 남녀 투어가 코로나19로 중단된 가운데 이날 가장 먼저 개막해 주목을 받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는 “LPGA에서 뛰는 박성현과 김세영, 김효주, 이정은 등 4명이 고국의 KLPGA 챔피언십에 출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며 “골프를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흥분할 것”이라고 했다.

AP통신은 “이 대회는 한국프로야구, 프로축구에 이어 세 번째 무관중 대회”라면서 주요 뉴스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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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 출전한 박성현이 마스크를 쓴 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회에 출전한 박성현이 마스크를 쓴 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날 KLPGA 챔피언십에 참가한 선수는 미국과 일본 투어에서 뛰는 선수를 포함해 모두 150명. 코로나19 탓에 대회장은 특급 보안구역을 방불케 했다. 코스에는 갤러리는 물론 선수의 부모들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발을 들이지 못했다. 캐디들은 마스크를 쓴 채 무거운 골프백을 메고 7㎞ 남짓한 코스를 걸었는데, 일부는 숨이 가쁜 듯 마스크를 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골프장 외곽 임시 텐트에 머문 취재진은 멀찌감치 보이는 1번, 10번, 18번 홀 등 3개 홀 티박스와 그린 주변만 접근이 허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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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1인용 테이블에서 거리를 둔 채 식사를 했다. KLPGA 제공
선수들은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1인용 테이블에서 거리를 둔 채 식사를 했다.
KLPGA 제공
선수들은 문진표를 작성하고 체온을 잰 뒤 자외선 살균기까지 무사히 통과해야만 선수 라운지에 입장할 수 있었다. 옷도 지정된 곳에서 갈아입고, 식사도 1인용 테이블에서 혼자 해야 했다.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묶어 1오버파 공동 59위로 첫날을 마친 박성현(26)은 “혼자 앞만 보고 밥을 먹자니 참 어색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예 마스크를 한 채 샷을 날리는 선수도 눈에 띄었다.

대다수 선수들은 갤러리가 없는 게 어색한 표정이었다. 3언더파 69타로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린 최혜진은 7번홀 이글을 잡은 뒤 캐디와 포옹이나 하이파이브를 하는 대신 팔꿈치를 맞부딪치며 기쁨을 나눴다. 이븐파 공동 38위로 무난하게 6개월 만의 라운드를 마친 김효주(25)는 “갤러리가 없으니 마치 연습라운드를 하는 것 같더라. 버디를 잡았지만 박수 쳐 주는 사람이 없어 ‘셀프 박수’로 스스로를 축하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경기를 마친 뒤 지정구역인 ‘믹스트존’에서만 취재진 면접이 허락됐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진출해 2승을 거둔 뒤 이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로만 5타를 줄여 공동선두에 오른 배선우(26)는 “공을 칠 수 있으니 이제야 숨을 쉬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귀국해 2주 자가격리를 끝내고 골프채를 잡은 지 오늘이 6일째 되는 날”이라며 “갤러리 반응으로 내가 친 샷의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 그게 없으니 좀 답답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조치들이다. 대회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20-05-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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