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곳 다 놔두고 야구장만 옥죄는 ‘10%의 벽’

붐비는 곳 다 놔두고 야구장만 옥죄는 ‘10%의 벽’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1-05-25 20:44
업데이트 2021-05-26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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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적 거리두기에 허덕이는 구단들

수도권·부산 관중 10% 제한… 평균 2258명
매진 경기도 일부 구역 통째 폐쇄돼 방치


“입장수입이 고정비와 비슷해 무조건 적자”
“쇼핑몰 사람 넘치는데 야구장에만 가혹”


중대본은 “정리되면 설명” 원론적 입장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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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지난 2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가 10% 관중 입장 제한 때문에 3루측 4층 내야석이 통째로 비어 있다. 인천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지난 2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가 10% 관중 입장 제한 때문에 3루측 4층 내야석이 통째로 비어 있다. 인천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지난 21일 SSG 랜더스의 ‘스타벅스 데이’로 화제가 된 SSG와 LG 트윈스의 경기는 이번 시즌 프로야구 57번째 매진 경기로 기록됐다. 이날 입장한 관중수는 전체 2만 3000석의 10% 규모인 2300명이었다. 구단은 매진을 발표했지만 인천 SSG 랜더스 필드는 일부 구역이 통째로 폐쇄된 채 운영되고 있었다.

시즌의 3분의1 정도가 지나가고 있지만 거리두기 조치로 수도권 및 부산 경기의 관중 입장 제한이 계속 10%에 묶이면서 상당수 구단이 울상 짓고 있다. 30% 룰이 적용되는 대구나 광주, 대전 등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아무리 방역에 힘을 쏟고 구단 살림이 고사 직전이라고 읍소해도 10% 관중 제한의 벽은 견고하다.

10%가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절대 기준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거리두기 규정을 다 준수하고도 10% 제한에 묶여 몇백 석이 아예 공석인 것을 본다면 누구라도 이상함을 느낄지 모른다.

25일 기준 올해 프로야구는 총 46만 538명의 관중을 맞았다. 204경기를 치렀으니 경기당 평균 2258명이다. 취식, 응원 제한에 야구장 가는 재미가 사라져 10%도 못 채우는 날도 많고 그나마 인기 많은 휴일 경기는 10% 제한에 묶인 탓이다. 프로야구의 위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위기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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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수칙 준수로 일부 구역 몇백 석씩 강제로 닫아야 하는 야구장과 달리 어린이대공원(위), 해운대 해수욕장(아래) 등은 코로나19 거리두기 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 형평성에 어긋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방역 수칙 준수로 일부 구역 몇백 석씩 강제로 닫아야 하는 야구장과 달리 어린이대공원(위), 해운대 해수욕장(아래) 등은 코로나19 거리두기 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 형평성에 어긋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홈 경기 기준으로 10% 채우면 입장수입이 4500만원 나옵니다. 이건 원정팀이 가져가는 28%가 제외된 숫자고요. 한 경기에 투입되는 비용은 4300만원 정도라 무조건 적자입니다. 그나마 30% 채우면 적자는 겨우 면하겠네요.”(A구단 관계자)

구단 관계자들은 “더는 버틸 수 없는 수준”이라며 힘들어했다. A구단 관계자는 “적자임에도 감수하는 건 관중 제한이 조만간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대로라면 아무리 대기업이 운영한다고 해도 망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B구단 관계자도 “쇼핑몰은 사람이 넘쳐나는데도 야외시설인 야구장에 가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개 구단 프로야구 입장수입은 47억 4099만원으로 2019년 858억 3531만원 대비 -94.5%를 기록했다. 상상도 못한 타격을 경험한 구단들은 올해도 공포를 느끼고 있다.

C구단 관계자는 “몇%의 규정이 아니라 거리두기 가이드만 확실하게 정해주면 구장 상황에 맞게 할 수 있을 텐데 답답하다”면서 “적자이긴 마찬가지겠지만 지금 거리두기 규정을 준수하면 15%까지도 입장이 가능해 조금 나아질 텐데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벤트업체, 경호업체, 상품업체 등 협력사들도 오늘내일 한다. 산업의 존폐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한숨 쉬었다.
지난 19일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이 일부 구역이 폐쇄된 채 매진 기록을 달성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지난 19일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이 일부 구역이 폐쇄된 채 매진 기록을 달성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수원 kt 위즈파크는 외야쪽 좌석을 폐쇄한 채 티켓을 판매한다. 수원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수원 kt 위즈파크는 외야쪽 좌석을 폐쇄한 채 티켓을 판매한다. 수원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관중 입장 제한은 암표 시장마저 키우고 있어 문제다. 한 티켓 거래사이트에는 이날 9000원짜리 잠실구장 외야석이 최소 1만 5000원 이상에 거래 중이었다. 팬심을 노리고 보지도 않을 경기를 예매해 웃돈을 얹어 파는 풍경은 경직된 방역 조치가 빚어낸 비극이다.

방역 당국이 핀셋 방역 조치를 할 때도 프로야구는 늘 제외됐다. 지난 21일 발표된 거리두기 조정안에도 야구장 관중 10% 제한은 변하지 않았다. QR코드를 찍고 입장하고 구장 폐쇄회로(CC)TV를 통해 관람객 동선도 확실하게 파악되는데도 행정편의주의적인 접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실외 경기이고 안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이 있으니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살펴봐 주기를 바란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정리가 되면 설명드리겠다”며 “종합적으로 정부에서 발표하는 내용을 참고해달라”고 답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21-05-2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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