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보스턴 마라톤 7000m 기어서 골인, 숨진 세 전우 위해서라면

[동영상] 보스턴 마라톤 7000m 기어서 골인, 숨진 세 전우 위해서라면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4-17 09:22
수정 2019-04-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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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전통의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한 미군 해병대 참전용사 미카 헤른돈이 화제다.

오하이오주 출신인 그는 35㎞ 지점부터 더 이상 두 다리로 달릴 수 없었다. 남은 7000여m를 두 팔과 무릎으로 기었다. 처음에야 그랬다. 나중에는 거의 어깨와 하반신으로 질질 끌었다. 동영상을 보면 그는 마지막 결승선을 앞두고 손으로 허벅지를 끌어당기며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야 할 정도로 기력이 다했다.

이렇게 안간힘을 써서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 3시간 38분.

그가 이렇게 기어서라도 결승선을 통과해야 했던 사연이 뭉클하다. 2010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급조폭발물(IED)에 희생된 세 전우 마크 후아레스, 매슈 발라드, 루퍼트 해머를 기리기 위해서였다. 그는 세 전우의 이름을 왼손 등에, 깔창에 덧붙인 표찰에 새긴 채 달렸다. 폭발물 탐지견이 불행히도 폭발물을 찾지 못했고 자신만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모두 참전한 그는 진한 전우애를 나누던 세 동료의 이름이 머릿속에 자꾸 떠올라 견디기 힘들었다. 몇 해는 조울증으로 고생했다. 그래서 탈출구로 선택한 것이 달리기였다. 처음에는 매일 5㎞씩 달렸는데 마라톤이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차츰 거리를 늘렸다.

2016년에 하프마라톤을 처음 완주했고 이듬해 두 번째 완주로 자신감을 쌓았다. 그리고 지난해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대회 풀코스를 두 차례 완주해 보스턴마라톤 출전 자격을 따냈다.

그리고 주당 80㎞씩 달리며 훈련했고, 뉴욕시티 마라톤 출전 자격을 따내기 위해 좋은 기록을 내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자신을 붙들어매기 위해 세 전우의 이름을 계속 되뇌며 달렸지만 35㎞ 지점에서 한계에 부닥쳤다. 그래서 엉금엉금 기면서도 계속 먼저 간 세 전우의 이름을 되새겨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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