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 기자 소치 프리즈마] “많이 힘들 한국 후배들에게 미안” 기자회견장에선 ‘한국인’이었다

[임주형 기자 소치 프리즈마] “많이 힘들 한국 후배들에게 미안” 기자회견장에선 ‘한국인’이었다

입력 2014-02-17 00:00
업데이트 201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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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장 입구에는 ID 카드를 맡기면 통역기를 배부하는 곳이 있다.

개최국 러시아어와 영어는 기본이고 메달리스트의 언어도 함께 통역이 제공된다. 지난 15일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메달리스트는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와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이상 러시아),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 그런데 한국어 통역이 함께 제공됐다. 금메달리스트 안현수가 러시아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딴 직후 러시아 국기를 두 손에 들고 흔들었던 안현수는 러시아인이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서 안현수는 ‘한국인’이었다. 안현수는 러시아 취재진의 질문을 통역기를 통해 들은 뒤 한국말로 답변했다. 러시아 기자들 역시 통역기를 써야 했다.

“러시아인으로 계속 살 생각인가요. 한국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 안 선수의 귀화 과정을 다시 한 번 조사하고 파벌주의 등 부조리를 되돌아보라고 했어요.” 한국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을 때 안현수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저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기엔 너무 길어질 것 같네요. 올림픽이 끝난 뒤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안현수는 “한국 후배들도 많이 힘들 것이다. 지난 4년간 힘들지 않은 선수는 없다. 승부는 치열하게 벌이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상대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로 귀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한국 빙상계에 대한) 안 좋은 기사가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후배들에게도 많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안현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외국 선수 중 한 명일 뿐”이라며 화제를 돌리는 데 급급한 대한빙상경기연맹. 그러나 정작 안현수는 한국과의 인연을 모두 떨치지 못한 모습이었다.

hermes@seoul.co.kr
2014-02-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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