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vs알파고]다시 쓰는 이세돌 위인전, 그는 누구인가?

[이세돌vs알파고]다시 쓰는 이세돌 위인전, 그는 누구인가?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3-11 18:32
수정 2016-03-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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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인류 대표’, ‘인간 최고 바둑기사’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말 그대로 인류를 대표해 인공지능 알파고(AI)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승부사, 이세돌은 누구인가. 3국을 보기 전에 재빠르게 복습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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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 대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와의 챌린지 매치 2차 대국에 참석하고 있다.  ’세기의 대결’로 전세계 주목을 받고 있는 이번 대국은 9일을 시작으로 10, 12, 13, 15일 오후 1시에 열린다. 2016. 03. 10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이세돌 9단이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 대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와의 챌린지 매치 2차 대국에 참석하고 있다.

’세기의 대결’로 전세계 주목을 받고 있는 이번 대국은 9일을 시작으로 10, 12, 13, 15일 오후 1시에 열린다. 2016. 03. 10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바둑으로 세상을 지배할 아이, 세돌?”

전남 앞바다 작은 섬 ‘비금도’에서 이세돌은 1983년 출생했다. “바둑으로 세상을 지배하라”는 거창한 이름은 사실 알고 보면 ‘셋째 아들’이어서 나온 평범한 이름이란다. (차두리 선수의 동생 이름이 ‘세찌’인것처럼…)
 
세돌의 아버지는 아들 모두에게 바둑을 가르쳤는데, 역시나 비범한 우리의 세돌은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깨우쳤다. 5살 때부터 아버지가 농사지으러 나가며 어려운 바둑 문제를 내주면 반나절도 안돼 “아빠, 다 풀었어!”를 외치는 영특함을 보였다. 아들의 남다른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는 큰 아들 상훈에 이어 11살의 세돌을 서울로 ‘바둑 유학’을 보냈다.

MBC 브레인 서바이버에 출연한 소년 세돌. 커뮤니티 캡처.
MBC 브레인 서바이버에 출연한 소년 세돌. 커뮤니티 캡처.

방방곡곡 바둑 천재들이 다 모인 서울의 권갑용 7단의 도장에서도 세돌은 특출난 존재였다. 권 7단은 당시를 회상하며 “쇠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듯한 수를 자주 선보였다”고 말했다. 스승의 머리를 쇠망치로 때리던 어린 세돌은 1년 만에 프로 입단에 성공, 조훈현(9살), 이창호(11살)에 이어 세번째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프로의 길에 입성했다.

◆더 없이 화려했던 프로의 길, 그러나…

프로 입단 이후 세돌의 빛나는 발자취야 한국기원에 나와 있는 이 기나긴 프로필이 다 말해줄 것이다.
 
이세돌[李世乭]
 
승단이력
- 1단 / 1995.01.01 /
- 2단 / 1998.01.01 / 승점획득
- 3단 / 2000.01.01 /
- 6단 / 2003.03.28 / LG배 우승으로 인해 3단 승단
- 7단 / 2003.05.06 /
- 9단 / 2003.07.07 / 제16기 후지쓰배 우승으로 인해 2단 승단
 
경력사항
1996년
- 제1기 테크론배 본선
- 제4기 배달왕기전 본선
 
1998년
- 제2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 제9기 기성전 본선
- 제33기 패왕전 본선
- 제8기 신인왕전 본선
 
1999년
- 제4회 LG정유배 프로기전 본선
- 제33기 왕위전 본선
- 제34기 패왕전 본선
- 제18기 KBS바둑왕전 본선
- 제9기 신인왕전 본선
 
2000년
- 제5기 박카스배 천원전 우승 ★
- 제8기 배달왕전 우승 ★
- 32연승 기록
- 2000 바둑문화상 최우수기사상 [최다승, 연승상]
 
2001년
- 제1회 바둑TV배 신예연승최강전 우승 ★
- 제5회 LG배 세계기왕전 준우승 ☆
- 제6회 삼성화재배 본선
 
2002년
- 제12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우승 ★
- 제1회 KTF배 우승 ★
- 제36기 왕위전 준우승 ☆
- 제15회 후지쓰배 우승 ★
- 제6기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우승 ★
- 제7회 LG정유배 우승 ★
- 2002 바둑문화상 최우수기사상
 
2003년
- 제7회 LG배 세계기왕전 우승 ★
- 제2기 KT배 준우승 ☆
- 제2회 CSK배 바둑아시아대항전 한국대표
- 제16회 후지쓰배 우승 [2연패] ★
 
2004년
- 제38기 왕위전 준우승 ☆
- 2004한국바둑리그 주장 출전 - 한게임바둑
- 제9회 삼성화재배 우승 ★
 
2005년
- 제2회 도요타ㆍ덴소배 우승 ★
- 제6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우승 ★
- 제18기 후지쓰배 우승 ★
- 제2회 중환배 준우승 ☆
- 2005 바둑대상 승률상
 
2006년
- 제7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우승 [2연패] ★
- 제2기 한국물가정보배 우승 ★
- 제25기 KBS 바둑왕전 우승 ★
- 제11기 GS칼텍스배 우승 ★
- 2006 바둑대상 최우수기사상
 
2007년
- 제3회 도요타배 우승 ★
- 맥심커피배 우승 ★
- 2007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 주장 [제일화재]
- 제19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 우승 ★
- 제3회 한국물가정보배 우승 ★
- 제35회 강원랜드배 명인전 우승 ★
- 제51기 국수전 우승 ★
- 제12기 GS칼텍스배 준우승 ☆
- 2007 바둑대상 최우수기사상
 
2008년
- 제12회 삼성화재배 우승 ★
- 제12회 LG배 우승 ★
- 제7회 춘란배 본선
- 제20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
- 한국물가정보배 준우승 ☆
-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 남자단체전 금메달 획득 ★
- 제10회 농심신라면배 한국대표 출전 [우승] ★
- 제36기 하이원배 명인전 우승 ★
- 2008 바둑대상 최우수기사상
 
2009년
- 제13회 삼성화재배 우승 [2연패] ★
- 제52기 국수전 우승 ★
- 제13기 박카스배 천원전 준우승 ☆
- 제13회 LG배 준우승 ☆
- 제27기 KBS바둑왕전 준우승 ☆
- 제21회 TV바둑아시아 선수권대회 준우승 ☆
- 2009 봉황고성 특별대국 승리 [구리九단]
- 07.21 국수타이틀 반납
- 06.08 ~ 12.17 휴직
 
너무 길어 2010년 이후로는 이하 생략.
 
이 기나긴 수상 실적이 말해주듯 세돌은 1995년 프로 데뷔 이래 강호의 고수들을 차례로 이기며 ‘연전연승’ 했다. 데뷔 5년 만인 2000년에는 32연승을 거두며 최우수기사상을 수상했다. 한국기원이 2003년에 승단 규칙을 개정한 뒤, 유례가 없는 속도로 9단까지 고속 승단하기도 했다. 3년 뒤인 2003년 LG배에서 이창호 9단을 누르면서 바둑 최강자의 계보를 이어 받은 이세돌은 지금껏 대국에서 1000번이 넘는 승리를 거뒀고, 세계대회에서는 18번이나 우승했다.

2004년 개그맨 김학도씨의 아내이기도 한 한해원 프로와 KBS2TV의 ‘신나는 바둑나라’를 진행하기도 했다. 풋풋. 타이젬 제공.
2004년 개그맨 김학도씨의 아내이기도 한 한해원 프로와 KBS2TV의 ‘신나는 바둑나라’를 진행하기도 했다. 풋풋. 타이젬 제공.
그는 실력에 걸맞는 비범한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기개를 보여주는 어록들이 유명하다. 세계대회 우승을 눈앞에 두고서는 “실력으로는 내가 창호형(이창호)에게 앞선다”고 말 했다. 존경하는 바둑기사가 누구냐고 물으면 “좋아하는 기사는 있어도 존경하는 기사는 없다”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의 기개는 정말이지 하늘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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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의 세돌씨. 이세돌은 가끔 ‘귀찮아서’ 머리를 기른다.
장발의 세돌씨. 이세돌은 가끔 ‘귀찮아서’ 머리를 기른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 하나. 저 찬란한 프로필 마지막에 ‘휴직’이라는 단어가 보이는가. 일반 회사원도 아닌 바둑기사가 휴직이 왠말인가 싶지만 그러나 그는 2009년 약 6개월간 정말로 ‘휴직’을 했다. 한국기원의 프로기사로서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는 한국바둑리그의 대진 방식이 상위 랭커에게 불리하다며 대회불참을 선언, 바둑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프로기사 총회에서 사실상의 징계를 결의하자 이세돌은 “동료기사들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며 휴직계를 낸 뒤 홀연히 잠적했다. 그러곤 6개월 뒤 바둑 팬들의 이세돌 복귀 요청이 잇따르자 홀연히 복귀, 또 다시 각종 국내외 대회를 휩쓸었다.

◆오빠야? 아빠야?…이른 결혼, ‘딸 바보’가 되다
 

이세돌 9단이 10일 알파고와의 두 번째 대국을 위해 딸 혜림양의 손을 잡고 밝은 표정으로 포시즌스 호텔 대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정연호 기자 togod@seoul.co.kr
이세돌 9단이 10일 알파고와의 두 번째 대국을 위해 딸 혜림양의 손을 잡고 밝은 표정으로 포시즌스 호텔 대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정연호 기자 togod@seoul.co.kr

10일 열린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 이세돌이 보무도 발랄한 여자 아이의 손을 잡고 등장한다. 얼핏 보면 조카인가 싶은 이 아이는 이세돌의 딸 혜림(10)양이다.

이세돌은 2006년, 1년간 교제한 동갑내기 김현지씨와 화촉을 올렸다. 둘다 스물셋의 어린 나이였다. 급히 결혼한 이유에 대해 세돌은 과거 출연한 JTBC ‘뉴스룸’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내는 예쁘고 착해요. 결혼하면 편할 것 같았고 변치 않을 타입이라고 생각했어요. 회식 자리에서 합석한 뒤 연락을 주고받다 만나게 됐는데, 사귄 후 6개월 정도 됐을 때 내가 먼저 ‘언제 결혼할까’ 하고 자연스레 얘기를 꺼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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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마인드챌린지매치’ 두번째 대국이 열린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이세돌 9단의 부인과 딸이 응원을 하고 있다. 2016. 3. 10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구글 딥마인드챌린지매치’ 두번째 대국이 열린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이세돌 9단의 부인과 딸이 응원을 하고 있다. 2016. 3. 10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일에서나 사랑에서나 박력 터지는 이세돌은 그렇게 일찌감치 한 집안의 가장이 됐다. 현재 아이를 캐나다로 조기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 이세돌은 이번 대국을 핑계(?) 삼아 가족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였댄다.

◆구글, 왜 ‘세계 랭킹 1위’ 커제가 아닌 이세돌을 선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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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사실 이세돌 9단을 타겟으로 준비한 이유는 워낙 역사적인 대국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 9단이 전설적이고 역사적으로도 최고 수준임이 오랜 기간 동안 인정되고 입중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알파고’의 아버지인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세돌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세돌은 항상 ‘최고’였지만, 지금 당장 ‘최고’냐고 하면 갸웃하게 되는 부분은 있다. 현재 세계 바둑랭킹 1위는 최근 수차례 이세돌에 패배를 안긴 바 있는 중국의 커제 9단이다. 이세돌은 세계 바둑랭킹 4위다. 국내 랭킹 1위도 이세돌이 아닌 박정환 9단이다. 그런데도 왜 구글은 이세돌을 선택한 걸까?
 
여러 ‘썰’이 있지만 역시나 이세돌이 가진 상징성이 흥행을 노리는 구글에 주효했다. 이세돌은 한때 중국 최강자였던 구리 9단을 꺾어 중국 바둑팬들에 충격과 공포를 안긴 바 있다. 구글은 알파고가 이세돌에 지면 지는대로, 이기면 이기는 대로 중국 바둑에도 우세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1석 2조’ 효과를 노렸던 셈이다.
 
한 네티즌의 설명이 묘하게 설득력 있다. “현재 미국 골프 PGA 랭킹 1위는 조던 스피스지만, 사람들은 ‘골프’하면 타이거 우즈를 떠올린다. 이세돌이 알파고와 붙는 것은 그것과 같은 맥락이다.” 조던 스피스의 팬은 좀 억울하겠지만, 바둑계에서 이세돌이란 그런 존재인 거다.

까마득한 선배, 이창호 9단을 두고서도 “실력으로는 내가 창호형(이창호)에게 앞선다”며 자신만만하던 이세돌이 지난 10일 2국을 마치고는 고개를 떨구며 “할 말이 없는 정도”라고 말했다. 1국을 지고서도 “첫 판 졌다고 안 흔들린다”던 이세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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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국> 알파고 어렵네
<세기의 대국> 알파고 어렵네 이세돌 9단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2국을 패한 뒤 대국장을 나서고 있다. 2016.3.10
연합뉴스

자신의 바둑 인생을 요약한 ‘판을 엎는다’는 말처럼 12일에 있을 3국에서는 판을 엎어주길, 전 세계 바둑팬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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