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후원 끊고 프로모터 애럼까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필리핀의 ‘복싱영웅’ 매니 파키아오(38)는 동성애자 비하 발언으로 10년 후원사도 잃고 논란의 한복판에 서게 됐지만, 소신을 전혀 굽히지 않았다.19일(이하 한국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파키아오는 전날 훈련장에서 자국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가 후원을 끊은 것에 대해 “나이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나는 그 결정에 따른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전날 “파키아오의 (성소수자 비하) 발언은 혐오스럽다”며 “나이키는 어떠한 종류의 차별에도 강력하게 반대한다”면서 파키아오와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했다.
파키아오는 “나이키는 고작 경기복만을 지원했을 뿐”이라며 “우리의 계약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끄떡도 하지 않았다.
5월 필리핀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파키아오는 최근 자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성애 결혼에 대한 의견을 묻자 “동성애 커플은 동물만도 못하다”는 폭탄 발언으로 궁지에 몰렸다.
그는 “남자와 여자가 짝을 맺는 건 상식이다. 동물도 수컷과 수컷, 암컷과 암컷이 만나지는 않는다. 동물은 최소한 암수를 구별할 줄 알아 우리보다 낫다”고 발언했다.
동성애자를 동물에 비유한 이 발언을 놓고 자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비판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파키아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글을 올렸다.
하지만 파키아오는 곧 이 글을 삭제했고, 대신 성경 레위기 20장 13절을 인용했다. 여기에는 “누구든지 여인과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 자기의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고 쓰여 있다.
파키아오는 이날도 “많은 사람에게 진실을 알릴 수 있어서 기쁘다. 우리가 진실 뒤로 숨는다면 그것은 더 나쁜 일”이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파키아오에게 등을 돌린 사람 중에는 그와 오랜 시간 동고동락한 밥 애럼도 있다.
애럼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나는 동성애 결혼을 지지하고,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옹호한다. 나는 캘리포니아와 할리우드에 동성애 친구들이 많다. 나는 파키아오의 발언이 이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파키아오는 오는 4월 10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에서 열리는 티모시 브래들리와의 일전을 마지막으로 선수 인생과 작별을 고하고 정치 활동에만 전념할 예정이다.
애럼은 ‘파키아오의 발언이 경기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파키아오가 사과하고, 동성애 이슈에서 발을 떼는 것이지만 불운하게도 그것은 파키아오의 신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다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는지 보라. 우리는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며 “흥행 결과를 누가 알겠는가”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