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사진 ‘단정치 못하다’ 수정한 PGA, ‘추리닝’ 패션엔 관대

선수 사진 ‘단정치 못하다’ 수정한 PGA, ‘추리닝’ 패션엔 관대

입력 2016-02-03 09:58
업데이트 2016-02-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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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복장 규정에도 파울러 파격 패션은 수용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사무국이 선수 공식 웹사이트 프로필 사진을 무단으로 수정해 논란이 됐다.

벨기에 출신 토마스 피터스(23)는 트위터를 통해 PGA투어 웹사이트에 실린 프로필 사진이 원본과 달려졌다고 폭로했다.

피터스가 사무국에 제출한 원본 사진에는 긴 머리칼이 휘날리고 있었지만 웹사이트에 실린 사진에는 머리칼을 단정하게 자른 모습이다.

원본 사진과 수정한 사진을 나란히 올려놓은 그는 “PGA투어는 내 머리칼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멋대로 고쳐놨네요”라고 꼬집었다.

PGA투어 타이 보토 부사장은 “프로필 사진은 웹사이트뿐 아니라 중계방송이나 전광판 스코어보드 등 다양한 용도로 쓰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정을 가하는 게 관례”라면서 “피터스의 경우는 담당자가 좀 과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PGA투어는 단정하지 않거나 너저분한 인상을 주는 프로필 사진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영국 대중 일간 신문 선이 ‘헤어게이트’라고 제목을 뽑은 이 사건은 PGA투어가 선수 용모에 얼마나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지 보여준다.

PGA투어는 선수들에게 신사처럼 보이라고 요구한다.

복장 규정에 따르면 청바지, 반바지, 그리고 민소매 상의, 그리고 티셔츠는 입어서는 안 된다. 셔츠는 반드시 깃이 달려야 한다.

지난달 유럽프로골프투어가 연습 라운드에 한해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을 때 보토 부사장은 “PGA투어는 선수 복장 규정을 바꿀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PGA투어는 1999년부터서야 캐디에게는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다. 다만 기온이 100℉(약 38℃)가 넘을 때라는 단서를 달았다. 웨스턴오픈 때 캐디 한명이 더위에 지쳐 쓰러진 사건이 발단이 됐다. 지금은 기온과 상관없이 캐디는 반바지를 입는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요지부동이다.

2011년 바이킹 클래식을 앞두고 조 오질비(호주)는 “이렇게 더운 날씨에 긴 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바보들은 바로 PGA 투어 선수”라면서 “우리 모두 반반지를 입고 대회에 나가자”고 선동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PGA투어도 도도한 변화의 물결에 한결같이 맞서지는 못한다.

PGA투어에서 손꼽히는 패셔니스타 리키 파울러(미국)는 올해부터 ‘추리닝’ 스타일 바지를 입고 대회에 나서고 있다. 올해 첫 대회인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때부터다.

바지 끝단에 고무줄이나 밴드를 넣어 살짝 조이게 만든 이 바지는 현지에서는 조깅할 때 입는 바지라는 뜻에서 ‘조거’(jogger)라고 부른다.

‘조거’는 말 그대로 조깅을 비롯한 활동적인 운동을 할 때 입는 옷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편하게 입은 바지 역할에 이어 요즘은 외출복으로도 발전했다.

패션을 선도하는 연예인들은 ‘조거’ 바지 한 벌쯤은 다 가지고 있다고 한다.

파울러는 또 발목까지 올라오는 농구화 스타일 골프화를 신는다.

발목 골프화도 파격이다. 골프화는 대개 신사화 모양이었다. 그러나 최근 2, 3년 사이에 운동화 형태와 편하게 신는 캐주얼 신발 모양이 유행을 탔다. 그래도 발목까지 올라오는 농구화 모양의 골프화는 파울러가 착용하기 전에는 PGA투어에서 볼 수 없었던 물건이다.

발목 골프화를 신고 ‘조거’ 바지를 입은 파울러의 모습은 스타킹을 올려 신은 야구 선수처럼 보인다.

전통적인 복장과는 거리가 멀지만 PGA투어는 파울러의 ‘조거’ 바지에 어떤 의견도 공식적으로 표명한 적이 없다. 복장 규정 위반은 아니라는 뜻이다.

코브라푸마골프 정원진 부장은 “PGA투어도 파울러의 파격 패션이 PGA투어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오는 6월께 파울러가 입고 신는 ‘조거’ 골프 바지와 농구화 스타일 골프화를 일반 골퍼를 겨냥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프로골프협회 박호윤 사무국장은 “골프는 신사 스포츠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유지하려고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앞장서는 패션의 변화를 수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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