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약물과 전쟁…반도핑 기술 발전으로 과거도 추적

육상,약물과 전쟁…반도핑 기술 발전으로 과거도 추적

입력 2015-08-19 14:03
업데이트 2015-08-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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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육상은 2011년 이후 양성 반응 ‘0’

국제육상연맹(IAAF)은 최근 ‘금지약물과 전쟁’을 선포했다.

신체 능력이 기록과 직결되는 육상은 금지약물 유혹에 빠지기 쉬운 종목이다.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자도 가장 많다.

2007년 미국의 한 스포츠잡지가 미국 육상 국가대표를 상대로 한 ‘약을 복용하면 올림픽 금메달을 딴다. 하지만 7년 후에 사망한다. 이 약을 복용하겠나’라는 질문에 80%가 ‘그렇다’고 답할 정도다.

그만큼 육상은 금지약물 복용으로 얻는 효과가 크게, 즉각 나타나는 종목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도움을 얻어 수년간 반도핑 운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IAAF는 “금지약물 앞에 관용은 없다”는 성명서를 내며 반도핑 의지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냈다.

라민 디악 IAAF 회장은 “도핑 테스트를 피하는 기법도 발전하고 있지만, 약물 복용을 잡아내는 기술도 발전한다. 또한, 당시 기술로는 잡아내지 못했던 것을 몇 년이 지난 후 잡아낼 수 있다”며 “금지약물 유혹에 빠진 선수들에게 ‘더는 숨을 곳이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금지약물과 전쟁은 대회가 끝나고 몇 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된다.

현실적으로 도핑 테스트를 피하는 기술을, 반도핑 기술이 따라잡기 어렵다. 대신 WADA와 IAAF는 당시 기술로는 금지약물 복용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던 과거 샘플을 재검사하면서 ‘과거의 죄’를 처단하고 있다.

올 시즌 IAAF가 금지약물로 내린 징계 중, 2년 이상 지난 대회의 샘플을 근거로 한 처벌이 압도적으로 많다.

◇ 선수생체여권 활용…끝까지 잡는다 = 최근 영국 BBC는 “IAAF가 작성한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 등 주요 대회에 출전한 선수 중 800여 명의 샘플에서 금지약물 복용 가능성이 보인다’는 문서가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IAAF는 이를 부인하면서도 “과거 혈액 샘플을 재검사하면서 금지약물 복용자를 적발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IAAF는 러시아 경보 선수와 장거리 선수가 2년 이상 지난 대회에서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밝혀내고 징계를 내렸다.

IAAF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혈액 샘플을 재검사해 여자 3,000m 장애물 율리아 자리포바와 여자 7종경기 타티야나 체르노바(이상 러시아)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터키 여자 육상 중거리 스타 아슬리 세커-알프테킨은 2010년 혈액 샘플 재검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1,500m 금메달이 박탈되고 8년 동안 선수자격이 정지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과거 모든 샘플을 재검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IAAF와 WADA는 선수생체여권(Athlete Biological Passport)으로 금지약물 복용이 의심되는 시점을 찾아내고, 해당 샘플을 재검한다.

선수생체여권은 해당 선수의 생체지표를 추적 관찰하는 제도로 혈액과 소변 검사를 통해 적혈구·백혈구 숫자와 스테로이드 대사체의 농도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특정기간에 이례적인 변화가 생기면 금지약물 복용을 의심하고, 당시 샘플을 구체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

IAAF는 최근 “과거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 중 40명 이상의 혈액 샘플을 재검하고 있다. 선수생체여권에서 이상 징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2011년 이후 도핑 양성 0…하지만 한국도 조심해야 = 한국 육상은 3년째 도핑검사에 양성반응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자 계주에 출전한 임희남이 도핑 양성 반응을 보인 후, 적발자가 나오지 않았다.

임희남도 2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가 IAAF가 “의도적인 약물 복용이 아니다”라는 해석을 내려 자격정지 기간이 6개월로 경감됐다.

하지만 한국 육상을 ‘약물 청정지역’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다.

최근 도핑 이슈에 시달리는 동유럽, 남미 국가보다 도핑 대상자가 적기 때문에 적발자가 나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냉정하게, 한국에는 IAAF가 주목하는 세계적인 선수가 없기 때문에 조사 대상자가 현저히 적다.

하지만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와 대한육상연맹의 자체적인 노력도 간과할 수 없다.

대한육상연맹 관계자는 “KADA의 도움을 받아 반도핑 교육에 힘쓰고 있다. 우리 선수들도 아시아 대회에선 상위권에 입상해 도핑 대상자가 되고, 전국체전에서도 도핑을 받는다. IAAF의 불시 검사를 받기도 한다. 국가대표급 선수라면 매년 도핑 테스트를 받는 셈”이라며 “약물 청정지역이라고 확신할 순 없어도 교육의 효과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 육상이 금지약물에 대해 큰 교훈을 얻은 사건도 있었다.

1995년 한국 중거리 스타 이진일은 갑작스러운 IAAF 도핑 검사관의 방문을 받았다. 이 검사관은 그해 3월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이진일의 소변 샘플을 채취했다.

IAAF는 한 달 뒤 “이진일의 소변 샘플에서 클렌부테롤이 검출됐다”며 선수자격 4년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클렌부테롤은 감기약에 흔히 사용하는 약품이다. 이진일도 일반 약국에서 감기약을 샀다가 도핑 테스트에 걸렸다.

이진일의 자격정지는 2년으로 줄었지만, 순간의 부주의가 큰 상처를 남겼다.

대한육상경기연맹 관계자는 “10년 전 일이지만, 그 사건으로 얻은 교훈이 많다”며 “금지약물에 관한 교육 강도를 점점 더 높이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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