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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김선주 눈물의 은퇴 결심

11년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김선주 눈물의 은퇴 결심

입력 2014-01-01 00:00
업데이트 201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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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앞두고 또 절망적 부상… 실컷 울고 실컷 잤습니다, 후배들 통한 ‘평창의 꿈’ 꾸며”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김선주(29·하이원)는 2012년 12월 또 수술대에 올랐다. 이미 한 차례씩 메스를 댔던 양쪽 무릎이 다시 탈이 났다. 연골이 손상돼 인공뼈를 이식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수술을 받으면 선수 생명은 그대로 끝이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김선주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김선주


“한 번만 더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미련 남을 것 같으면 그만두지 마라’는 선배의 말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결심했죠. 소치에 가겠다고.” 김선주는 인공 연골 이식 대신 미세천공술(뼈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연골 세포의 분화를 유도, 재생을 돕는 방법)을 받기로 했다. 부상 재발의 우려가 있었지만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수술 경과는 좋았고 지난해 전지훈련 때는 2~3초나 기록이 단축됐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또 올림픽 티켓이 눈에 잡힐 듯 다가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말 중국에서 열린 극동컵에서 다시 무릎 통증이 도졌다. 이전보다 심각했다. 기록을 내기는커녕 완주도 불가능했다.

지난 27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만난 김선주는 눈두덩이가 약간 부어 있었다. “사실 어젯밤 펑펑 울었어요. 더는 안 되겠더라고요. 코치님과 상의해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기로 결심했어요. 소치도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요.” 김선주는 전날부터 이곳에서 열린 ‘에쓰오일 알펜시아컵 국제알파인스키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출발선에 서지 못했다.

“일단 재활을 해야죠. 제가 재활의 ‘달인’이에요. 동네 헬스장에서도 혼자 척척 알아서 한다니까요.” 정들었던 스키화를 벗기로 결심했지만 그녀는 밝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비인기 종목의 설움에 대해 물었을 때는 씁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저기 저 설원 보이죠? 조금 전까지 국제스키연맹(FIS)이 승인한 꽤 큰 스키 대회가 열렸어요. 하지만 관중은 정말 한 명도 없었어요. 대부분 사람들이 알파인이 뭔지도 잘 모르죠.” 11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선주는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최초로 2관왕에 오른 선수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알파인에서 개척자 역할을 했다고 자부했지만, 그간 국가의 지원을 생각하면 서운하기만 하다. 김선주는 “자비 수백만원을 들여 전지훈련과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예사”라며 “난 그나마 소속사 지원으로 버텼지만 자식은 절대로 스키 선수를 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김선주가 스키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두 살 위 오빠를 따라 스키장에 갔는데, 가파른 경사를 겁도 없이 죽 내려왔다고 한다. 2학년 때는 교내대회에서 고학년을 모두 제치고 우승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고 이후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걸었다. 5학년 때 공부를 하라는 부모의 권유에 못 이겨 잠시 그만뒀지만, 1년 만에 다시 스키를 잡았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올림픽이다. 밴쿠버에서 국내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FIS 포인트에 따른 자력 출전권을 딴 김선주는 대회전에서 골인하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96명의 선수 중 40위권으로 들어왔지만 ‘내가 해냈다’는 쾌감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당시 김선주는 탈모에 시달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모든 것을 걸었다.

반면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금메달 두 개를 목에 건 동계아시안게임이다. 김선주는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활강에서 깜짝 금메달을 손에 넣은 데 이어 슈퍼대회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주종목 슈퍼복합까지 3관왕이 기대됐지만 결승선 앞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실격당하고 말았다.

김선주는 은퇴를 결정했지만 눈밭을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데몬스트레이터(지도자·각종 스키 기술을 습득해 보여 주는 사람)로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으며, 후배 양성에 나설 계획이다. “최선을 다한 만큼 더는 미련이 없어요. 어제 울고 나서 무려 12시간이나 푹 잤어요. 스키를 시작한 뒤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동안 익힌 기술을 후배들에게 물려줘야죠. 제 작은 기적이 비록 소치 앞에선 멈췄지만 4년 뒤 평창에서는 반드시 일어날 거예요. 꼭 지켜보세요.”

글 사진 평창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4-01-01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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