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전설들 “반드시 올림픽 재진입해야”

레슬링 전설들 “반드시 올림픽 재진입해야”

입력 2013-02-13 00:00
업데이트 2013-02-1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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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이 하계올림픽의 핵심종목(Core Sports)에서 탈락하자 한국의 전설적인 스타들은 허탈해하면서도 “어떻게든 다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레슬링 최고의 스타인 심권호(41) 코치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황당한 마음에 어제 두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결과에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심경을 전했다.

심 코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따내 한국 레슬링 사상 최초로 2연패를 달성한 주인공이다.

특히 체급을 바꿔 금메달을 목에 거는 전무후무한 일을 이뤘고, 두 체급 모두에서 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대회·아시아선수권대회를 제패해 ‘그랜드 슬램’까지 달성했다.

그의 업적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레슬링의 ‘전설’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심 코치는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두 번의 올림픽에 도전했다”면서 “선수에게 올림픽은 다른 대회와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행사로, 선수촌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꿈과 같은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그런 목표를 잃어버린다면 그냥 헬스클럽에서 몸을 가꾸지 왜 힘든 레슬링을 하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심 코치는 “모든 레슬링 선수들은 올림픽의 상징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뛴다”면서 “이렇게 중요한 종목을 올림픽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조상을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면서 “지금까지 국제레슬링연맹(FILA)이 두 손을 놓고 있었다면, 이제 다음 집행위원회에 대비해서 최선을 다하는 설득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한 명의 전설적인 스타인 박장순(45) 삼성생명 코치도 “이제 제2의 김현우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신나게 뛰려던 차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박 코치는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까지 세 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1개(1992년 바르셀로나)와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역대 한국인 레슬링 선수 중 올림픽 메달을 3개나 목에 건 이는 박장순 코치뿐이다.

박 코치는 “꿈의 한가운데에 올림픽이 있었기 때문에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세 번이나 꿈의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면서 “나에게는 지난 일이지만, 후배들에게는 계속 물려줘야 할 자산인데…”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박 코치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며 시급히 변화에 나서서 다시 올림픽 종목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코치는 “세계 스포츠의 ‘변화’라는 흐름 속에서 함께 바뀌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더 활기차고 공격적인 레슬링으로 바뀐 모습을 세계인 앞에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느냐”면서 “레슬링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한국 레슬링도 다시 효자종목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코치는 이날 팀의 훈련을 시작하면서도 선수들에게 “새 출발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니 동요하지 말고 선수의 본분과 꿈을 놓지 말자”고 독려했다고 전했다.

레슬링은 물론이고 한국 스포츠에 건국 후 첫 금메달을 안긴 양정모(60) 희망나무커뮤니티 이사장도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안 그래도 선수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레슬러들이 의기소침해질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양 이사장은 바뀐 규정으로 인해 지루해지고 승자가 모호해진 경기 내용과 독단적인 행정으로 분위기를 흐린 FILA의 처사가 이런 비극을 불렀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대 올림픽부터 치러 온 종목인 만큼 IOC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테니 완전히 없어지기야 하겠느냐”면서 “레슬링다운 레슬링으로 돌아가 IOC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고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격에 빠진 후배들을 향해서도 “레슬링은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실망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충고를 건넸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안한봉(45) 삼성생명 감독도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레슬링은 제1회 하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치러져 왔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심경을 밝혔다.

안 감독은 “국제레슬링연맹(FILA)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그것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다”면서 “규정 개정부터 시작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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