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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시골 꿀벌이 도시 꿀벌보다 부지런한 이유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시골 꿀벌이 도시 꿀벌보다 부지런한 이유는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1-10-06 17:06
업데이트 2021-10-0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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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도시보다 비식용작물 적어
꿀 찾아 평균 250m 더 멀리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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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꿀벌들은 도시 꿀벌보다 꿀을 모으기 위해 더 멀리 이동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시골 꿀벌들은 도시 꿀벌보다 꿀을 모으기 위해 더 멀리 이동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러시아 작곡가 니콜라이 안드레예비치 림스키 코르사코프(1844~1908)의 관현악곡 ‘왕벌의 비행’을 듣다 보면 벌떼가 눈앞에서 붕붕거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실제 벌들이 꽃 주변을 맴돌거나 꽃밭으로 일제히 날아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이런 벌의 비행과 움직임에 대한 비밀이 밝혀진 것은 오스트리아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 덕분입니다. 프리슈는 꿀벌이 원을 그리거나 꼬리를 흔드는 것이 의사소통 행위이며, 집단별로 춤의 형태가 다르고 꿀이 있는 장소와 꿀의 질(質)에 따라 춤의 형태가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꿀벌 춤의 비밀이 모두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 로열 할로웨이 런던대 생명과학과, 미국 버지니아공과대(버지니아텍) 곤충학과 공동연구팀은 꿀벌들의 춤을 해독해 새로운 사실을 또 하나 밝혀냈습니다. 시골 벌들이 도시 벌들보다 꿀을 찾으러 더 멀리 이동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생태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응용 생태학’ 10월 6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2017년 4월부터 9월까지 런던 주변 도심 10곳과 농촌지역 10곳에 서식하는 꿀벌들이 추는 춤 2827건을 분석하고 꿀벌들이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거리를 측정했습니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벌은 꿀을 따 벌집으로 돌아와 저장한 뒤 벌집 위에서 동료들에게 얼마나 멀리, 어느 방향으로 가야 먹이를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춤을 춘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도시 꿀벌의 춤보다 시골 꿀벌의 춤이 더 복잡하고 한 번 추는 시간도 더 길다고 합니다. 이는 꿀을 찾기 위해 더 멀리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벌의 이동거리를 측정한 결과 도시 꿀벌은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거리가 평균 492m, 시골 꿀벌들은 평균 743m로 확인됐습니다. 일정 기간 동안 도시 벌과 시골 벌이 수집한 꿀의 양을 비교한 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답니다. 같은 시간 동안 똑같은 양의 꿀을 모으기 위해 시골 꿀벌들이 훨씬 부지런하게 움직였음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연구팀은 도시는 환경미화 차원에서 정원이 꾸며지고 벌이 꿀을 모으기 좋은 비작물용 식물들이 많지만 농촌지역은 식용작물 이외의 식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더 멀리까지 먹잇감을 찾아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꿀을 얻기 위한 이동거리가 길어질수록 집단 유지가 어렵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벌의 개체수가 점점 줄고 있다는 연구들도 나오고 있어 자칫 우리 주변에서 벌을 볼 수 없게 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가루받이 곤충이 사라지면 매년 전 세계에서 약 142만명이 추가로 사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2015년 내놨습니다. 벌은 단순히 꽃들 사이로 날아다니며 달콤한 꿀이나 모으는 곤충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정한 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 중 71개 작물의 가루받이를 꿀벌이 돕는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작은 동물조차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일 것입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1-10-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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