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정밀한 ‘한국인 표준 게놈지도’ 완성

가장 정밀한 ‘한국인 표준 게놈지도’ 완성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6-11-24 23:10
업데이트 2016-11-25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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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기원 등 국제 공동연구팀, 41명 정보 통합해 고유 특성 담아

백인과 다른 300만개 게놈 통해 한국형 질환·유전병 치료길 열어

국내 연구진이 가장 정밀한 한국인 맞춤형 표준 유전체(게놈)지도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한국인에게서만 발견되는 유전질환이나 각종 질병에 대한 연구와 신약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 박종화 교수팀을 중심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게놈연구재단, 숭실대를 비롯해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국 하버드대 의대, 뉴멕시코대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한국인 표준 게놈지도 ‘코레프’(KOREF)를 최초로 만들고 기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24일자에 발표했다.

기존에 나온 게놈지도들은 한국인 1명의 게놈을 분석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 나온 것은 41명의 게놈정보를 통합해 공통 게놈서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2003년 완성된 게놈지도 연구에는 13년 동안 3조원가량의 연구비가 투입됐지만 이번 코레프 연구는 2006년부터 시작돼 100분1도 안 되는 약 13억원의 연구비만으로 정밀한 한국인 고유의 게놈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게놈은 하나의 생물종이 갖고 있는 모든 유전정보를 가리킨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5개국이 공동 참여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 첫 해독 결과는 2000년 6월 발표됐고, 2003년 인간게놈지도가 완성됐다. 그러나 이 게놈지도는 백인 중심 자료라서 다른 인종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2008년 12월 공개된 한국인 최초 게놈 데이터도 백인 중심의 게놈지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우선 기존의 게놈지도들처럼 한국인 1명을 대상으로 첨단 DNA해독기를 통해 약 30억개의 염기서열을 정밀 분석한 게놈지도 ‘코레프S’를 만들었다. 그다음 생물정보학 기술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3년 당시 확보한 한국인 40명의 유전체 데이터와 코레프S를 비교했다. 그렇게 해서 추출된 공통 게놈서열들을 융합시켜 한국인의 고유한 특징이 나타나는 ‘코레프C’라는 통합 게놈지도를 만든 것이다.

기존 백인 중심의 표준 게놈지도를 기준으로 한국인을 분석할 경우 400만개 정도의 게놈이 다르게 나타났지만 코레프를 이용하면 300만개의 게놈만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개의 게놈은 인종 차이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암이나 유전질환이 발생했을 때 분석해야 할 게놈의 숫자가 그만큼 줄어 질병 원인 분석을 훨씬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백인보다 고혈압이나 특정 암에 잘 걸린다고 할 때 예전에는 400만개의 게놈을 분석해야 했지만 코레프 덕분에 앞으로는 300만개 안팎의 게놈만 집중 분석하면 된다.

박 교수는 “인종 차이로 인한 변이와 질병에 따른 변이를 구분하는 것은 정확한 질병 원인을 밝혀내는 데나 질병 예측 및 신약 개발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에 개발한 코레프는 한국인 대표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신뢰도와 정확도가 확보된 최초의 표준 게놈지도”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6-11-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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