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시대 열다] 11년 동안 ‘10전 11기’ 대장정…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한국 우주시대 열다] 11년 동안 ‘10전 11기’ 대장정…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입력 2013-01-31 00:00
업데이트 2013-01-3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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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성공발사 주역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11년에 걸친 한국형 발사체 성공의 주역인 조광래(54) 발사추진단장은 30일 오후 5시 나로호가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하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사죄의 말부터 건넸다. 조 단장에게는 그동안 연이은 실패에 대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계속된 발사 실패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로 얼굴은 수척해졌고 머리는 백발이 다 됐다. 갑자기 심장이 마구 뛰거나 숨이 가빠지는 일도 잦아졌다. 결국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기도 했다. 나로우주센터 내 사무실에 중용에 나오는 ‘지성여신’(至誠如神·지극한 정성은 신과 같은 놀라운 힘이 있다)이라는 글을 써 놓고 나로호 발사 성공을 다짐했다. 그의 부인도 나로호 성공을 위해 100일 기도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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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기자실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관계자들이 나로호 발사 성공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장영순 발사체구조팀장, 조인현 나로호 발사추진단 박사,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 조광래 나로호 발사추진단장, 정의승 나로호 체계종합팀장, 임석희 발사체추진기관팀 박사.  연합뉴스
30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기자실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관계자들이 나로호 발사 성공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장영순 발사체구조팀장, 조인현 나로호 발사추진단 박사,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 조광래 나로호 발사추진단장, 정의승 나로호 체계종합팀장, 임석희 발사체추진기관팀 박사.

연합뉴스


나로호 3차 발사가 성공한 30일 누구보다 감격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지난 11년에 걸친 10전 11기의 대장정을 묵묵히 걸어온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진과 국내 산업체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200여명 규모에 불과한 항우연 연구진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국내 발사체 개발에 매달려 왔다.

‘나로호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민경주(60) 나로우주센터장은 나로호 개발 계획이 시작된 2000년 12월부터 나로호 개발 사업에 참여한 원년 멤버다. 그는 2006년부터 센터장을 맡아 작은 섬이었던 외나로도에 국내 최초의 발사체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7년 3월 러시아로부터 건네받은 2만쪽 분량의 발사대 설계 문서를 토대로 발사대팀 연구원 8명과 밤을 새우며 일했다. 그는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의 심정으로 ‘나에게는 8명의 유능한 연구원이 있으며 아직 17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져 있다’는 말로 연구원을 격려했다”고 회고했다. 장영순(52) 발사체구조팀장은 우리나라가 만든 2단 로켓의 페어링을 개발한 책임자다. 2009년 1차 발사 당시 한쪽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아 실패로 돌아가자 가장 큰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장 팀장은 “페어링의 경우도 지상에서 실험할 때는 100%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것이 비행 상황에 가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바로잡고 운용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러 연구진 사이에서 의사소통과 기술조율을 담당해 온 임석희(41·여) 박사 역시 나로호 발사 성공의 숨은 주역이다. 러시아에서 로켓 엔진을 공부한 임 박사는 러시아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200여명의 국내 항우연 연구진과, 함께 작업을 진행해 온 160여명의 러시아 연구진 간 가교 역할을 했다. 그는 “여러 차례 실패와 연구진 간 기술조율을 해오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몸소 느꼈다”면서 “3차 발사를 앞두고는 회의에 들어가면 러시아 연구진은 러시아말로, 한국 연구진은 한국말로 해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경지까지 왔다”고 말했다.

고흥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01-3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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