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혀있나 따지는 법정… 안 나온 탈북 종업원들

갇혀있나 따지는 법정… 안 나온 탈북 종업원들

서유미 기자
서유미 기자
입력 2016-06-21 22:52
업데이트 2016-06-22 00:5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인신보호구제심사 첫 재판

민변, 北가족 위임장 받아 청구… 정부 “가족 걱정에 불출석 결정”
보호센터 체류 정당성이 관건… 민변 “재판방식 문제” 기피 신청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 식당을 탈출해 한국에 온 북한 종업원 12명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체류 중인 게 타당한지 등을 검토하는 첫 재판이 열렸다. 심사를 청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측은 재판 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이영제 판사는 민변이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 대해 청구한 인신보호구제 심사 첫 심문기일에서 청구인 측이 기피신청을 냈다고 21일 밝혔다. 탈북자에 대한 인신보호구제심사가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심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인신보호는 위법한 행정처분이나 개인에 의해 부당하게 수용시설에 갇힌 사람이 법원에 구제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출석 여부가 주목됐던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이날 법정에 나타나지 않고, 정부 측 대리인인 변호인이 대신 출석했다. 정부 측 변호인은 “피수용자들이 가족들을 고려해 재판에 나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인신보호구제심사 당사자의 출석 없이 재판부가 결정을 내리려는 데 이의를 제기하고 재판부를 변경하는 기피 신청을 냈다.

채희준 민변 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재판장이 종업원들을 직접 만나지 않고 결정하면 국정원의 입장만 반영될 것”이라며 “재판부가 녹음 등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변은 지난달 24일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북한에 남은 가족의 위임장을 정기열 중국 칭화대 초빙교수를 통해 받아 인신보호구제심사를 청구했다. 북한 가족들은 종업원들이 남한 정부에 의해 납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지난 4월 7일 국내에 들어온 뒤 국가정보원 산하 북한이탈주민센터에서 3개월째 생활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는 한국에 온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 정착을 위해 교육을 받는 곳이다. 탈북자가 센터에 머무는 기간은 보통 70일이지만 이들은 체류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탈북한데다 이들을 법정에 세우면 탈북을 희망하는 북한 주민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변 등은 정부가 4·13 총선을 앞두고 북한 종업원들의 입국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게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 재판부에서 기피 신청을 인용할지 기각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그전까지는 인신보호구제 심사 절차는 중단된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6-06-22 8면
많이 본 뉴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