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홍 송환에도 SK사건 판결 선고 강행한 이유

김원홍 송환에도 SK사건 판결 선고 강행한 이유

입력 2013-09-27 00:00
업데이트 2013-09-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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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김원홍, 자기과시에 허무맹랑…신빙성 없다””최태원·최재원 횡령 혐의 유죄 증거 충분”

SK그룹 횡령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항소심 판결 직전 대만에서 한국으로 송환됐는데도 재판부가 27일 선고를 강행한 이유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김원홍의 인간됨을 보면 그의 말을 전혀 믿을 수가 없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무의미하다. 법정에 나와서 무슨 증언을 하든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증거로 채택된 김원홍씨와 최태원·최재원·김준홍 피고인의 통화기록 내용도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이는 김원홍씨와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최 회장 형제를 속이고 범행을 주도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였다. 김준홍 전 대표는 증인신문에서 이와 상반되는 진술을 했다.

재판부는 “최재원의 자백, 김준홍의 진술, 그 밖의 각종 정황 증거 등을 통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며 “특히 이에 부합하는 김준홍의 진술은 명백하게 믿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씨를 믿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기과시적이고 허무맹랑하고 거짓된 말을 많이 했다”며 직접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씨는 SK그룹 직원을 만나 ‘1993년 직전에는 글로벌 5대 그룹 회장이었다’, ‘사시·행시 합격자 등 제자가 300명 이상이다’, ‘정보수집 능력이 삼성을 능가한다’, ‘최태원과의 관계는 상식 이상의 수준이다’, ‘시장 자금은 언제라도 가져올 수 있다’, ‘영어실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국내 5대 그룹 회장 자리는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7월 11일 공판에서 “(김원홍이) 뒤에 숨어서 이 사건을 기획·연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계 3위 대기업 회장과 부회장이 김원홍한테 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씨를 신문하지 않고서는 사건의 본질을 알 수 없다는 주장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재판부가) 김원홍을 핵심인물로 지목한 뒤 현저한 사정 변경이 있었다”며 “그 이후 최태원이 펀드의 비정상성을 시인했고, 김원홍과의 전화통화 기록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이런 사정이 생긴 이후이기 때문에 김원홍을 신문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변호인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법무법인 지평지성으로 전격 교체하고 펀드의 성격에 관해 ‘그룹 차원의 정상적인 전략적 펀드였다’는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또 최 회장과 부회장은 김원홍씨에게 전달받은 사건 당사자들 간의 전화통화 기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모두 항소심 막판에 벌어진 일이다.

재판부는 “김원홍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이유가 최태원의 구속만기가 도래해서는 아니다. 김원홍의 진술이 최태원이나 최재원에게 유리할지 불리할지도 판단하지 않았다”며 “(김원홍의 범행은)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별도로 다뤄지면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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