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입항 모든 선박 검역… 선원들 감염병 여부 ‘체크 또 체크’

외국서 입항 모든 선박 검역… 선원들 감염병 여부 ‘체크 또 체크’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9-11-27 21:00
업데이트 2019-11-2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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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파수꾼’ 부산검역소 검역관 해상검역 현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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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호 국립부산검역소 검역관이 지난 25일 부산 앞바다에 닻을 내린 4만t급 벌크선 ‘티나4호’에 올라 선내 주방 도마의 가검물을 채취하고 있다. 배양 검사에서 세균이 확인되면 소독 명령을 내린다. 보건복지부 제공
강태호 국립부산검역소 검역관이 지난 25일 부산 앞바다에 닻을 내린 4만t급 벌크선 ‘티나4호’에 올라 선내 주방 도마의 가검물을 채취하고 있다. 배양 검사에서 세균이 확인되면 소독 명령을 내린다. 보건복지부 제공
부산 앞바다에 닻을 내린 4만t급 벌크선 ‘티나4호’에 25일 노란 깃발이 내걸렸다. 부산 중구 국립부산검역소 감시정 선착장에서 20㎞를 달려온 관세청 소속 세관 감시정이 깃발을 보고 서서히 속도를 늦췄다. 감시정에서 내린 이들은 세관이 아닌 검역관. 외국에서 온 선박이 부산 항구에 접안하기 전에 선원들의 감염병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바다의 파수꾼’들이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려는 모든 배는 검역을 받아야 하며, 검역이 시작되면 노란 깃발을 매단다. 검역이 끝나 깃발을 내리기 전에는 검역법 제6조에 따라 배 안의 누구도 나갈 수 없다. 검역관은 한국에 입항하는 모든 선박이 가장 먼저 만나는 내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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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태(왼쪽) 국립부산검역소 검역관이 지난 25일 부산 앞바다에 닻을 내린 4만t급 벌크선 ‘티나4호’에 올라 한 선원의 체온을 재며 감염병 발병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조현태(왼쪽) 국립부산검역소 검역관이 지난 25일 부산 앞바다에 닻을 내린 4만t급 벌크선 ‘티나4호’에 올라 한 선원의 체온을 재며 감염병 발병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헬멧과 구명조끼, 장갑, 마스크로 중무장한 검역관들은 선박 옆면에 설치된 철제사다리를 밟고 건물 3~4층 높이의 갑판에 올랐다. 사다리는 파도에 떠밀려 좌우로 흔들렸고, 10m 아래 짙푸른 바다는 아찔했다. 이날은 검역 대상 선박이 유류 공급선으로부터 기름을 공급받던 중이라 철제사다리가 설치됐지만, 평소에는 줄사다리를 타고 배에 올라야 한다. 기상이 좋지 않을 때는 줄사다리에 오르다 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자칫 배 밑으로 빨려 들어갈 수도 있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배에 오른 검역관들은 선장에게 선박 보건상태신고서, 승무원 명부, 건강상태질문서, 항해일지, 선박위생관리증명서를 받아 확인하고서 필리핀 국적 선원 18명을 선장실로 불러 체온을 쟀다. 다행히 선원들의 체온은 정상이었다. 체온이 37.5도 이상이거나 구토, 설사 등의 감염병 증상이 있으면 보호복을 입히고 감시정에 태워 병원으로 보낸다. 감염 증세를 보인 선원과 밀접 접촉을 한 다른 선원들은 배에서 나올 수 없다. 박기준 질병관리본부 검역지원과장은 “선박 자체가 격리실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와 접촉한 검역관도 별도 공간에 격리된다.

검역관들은 좁은 선박 내부를 오르내리며 주방의 도마와 싱크대, 화장실 세면대에서 검체를 모았다. 검체는 검역소로 가져가 배양검사를 한다. 만약 식중독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이 발견되면 소독 명령을 내린다. 가검물 채취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 대형 선박을 검역할 때는 이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검역 결과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 검역관은 선장에게 검역증을 발급했다. 티나4호가 검역 종료를 알리며 황색기를 내렸다.

해상 검역은 부산뿐만 아니라 인천, 군산, 목포, 여수, 김해, 울산 등 선박이 들어오는 모든 관문에서 이뤄진다. 부산은 매년 2만건 이상의 검역을 하고 있으며, 검역관 1인당 검역량은 지난해 450건에 달했다. 24시간 운영되는 항구의 특성상 거의 매일같이 야간 검역이 이뤄져 51명의 검역관이 교대 근무를 한다. 검역에 동행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검역관을 20여명 늘리긴 했지만 아직 부족해 현장 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9-11-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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