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백혈병 딸 헌혈 부탁해요”… 사람 살리는 ‘지정헌혈’

“○○병원 백혈병 딸 헌혈 부탁해요”… 사람 살리는 ‘지정헌혈’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6-12-05 22:48
업데이트 2016-12-06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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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환자 지정 헌혈 호소 글로… 온라인·SNS서 부족한 혈액 구해

주요 헌혈 인구 1020은 줄고 최대 수혈 인구 5060은 늘어
지정헌혈 1년새 5.4배 새 대안

“병원에서 혈액이 부족하다고 해 걱정이 컸습니다. 다행히 인터넷을 통해 지정헌혈을 부탁해 어머니의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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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41)씨는 지난 8월 무릎 수술을 위해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으로부터 ‘어머니 혈액형인 Rh-B형은 인구의 0.1%도 안 되는 희귀혈액형이라 수술 도중 보충할 피가 모자랄 수 있다’고 통보받았다. Rh-B형 혈액을 밖에서 구해야 했던 그는 ‘지정헌혈’이라는 걸 알게 됐다. 최씨는 수술 날짜를 미루고 지인들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통해 지정헌혈을 호소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필요한 혈액을 모두 구했다.

희귀혈액형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헌혈자가 특정인을 지정해 피를 제공하는 지정헌혈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혈액 부족 공백을 메우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해 2485건이었던 지정헌혈은 올해 9월까지 1만 3449건으로 5.4배 증가했다. 2013년 3391건, 2014년 3312건과 비교해도 4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올해 9월까지 전체 헌혈 실적(177만 5728건)과 비교하면 지정헌혈의 비중은 아직 0.8%에 불과하지만 빠른 증가 속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헌혈 실적이 230만건대에 머물러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적십자사는 올해 들어 ‘혈액수급 위기 주의 경보’를 51회나 발령했다. 혈액 보유량이 2일분 이상 3일분 미만일 경우 ‘주의’, 1일분 이상 2일분 미만은 ‘경계’, 1일분 미만은 ‘심각’ 단계로 나눈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거나 대체할 물질이 존재하지 않아 헌혈 이외에 방법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인터넷 게시물 중에는 ‘○○○병원 ○○○환자에게 지정헌혈을 부탁한다’는 호소글이 늘고 있다. 지난달에는 “백혈병에 걸린 딸의 치료를 위해 B형 혈소판이 필요하다”며 지정헌혈을 읍소하는 글이 네티즌들의 도움으로 급속도로 퍼졌디. 글을 올린 A양 아버지는 “이렇게 많은 분이 도움을 주실 줄 몰랐다. 너무 감사드린다”며 “혈소판은 사용 기간이 정해져 있어 일부는 다른 환자를 위해 사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헌혈이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헌혈자의 77%가 10·20대였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올해에도 10대와 20대의 헌혈이 지난해에 비해 25%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지정헌혈은 헌혈의 집을 방문, 환자명과 병원명, 필요한 혈액 종류 등을 알린 뒤 피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6-12-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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