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美연구팀
우리나라 연구진이 뇌종양의 일종인 난치성 교모종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신호전달 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뇌종양의 일종인 난치성 교모세포종은 수술로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워 재발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항암 및 방사선 치료도 예후가 나쁜 대표적 암으로 꼽힌다.삼성서울병원 난치암연구사업단 남도현·김미숙 박사와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이정우 박사팀은 환자의 암 특성을 재현한 아바타 마우스와 뇌종양 줄기세포를 이용해 발암유전자로 알려진 ‘EZH2’를 조절한 결과 뇌종양 억제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암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캔서 셀’(Cancer Cell)에 게재됐다.
전사억제제인 EZH2는 발암유전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 밖의 다른 기능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사억제제는 DNA에서 RNA로 유전정보를 옮기는 전사를 방해하는 기능으로, 이 과정에서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뇌종양환자 유래 세포를 이용해 EZH2가 암 줄기세포 증식유전자인 ‘STAT3’와 연결해 신호전달계를 활성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뇌종양 줄기세포의 종양 형성능력을 촉진시켜 뇌종양이 성장한다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팀이 환자의 뇌종양 줄기세포에서 EZH2 발현을 억제하자 종양 크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또 이를 뇌종양을 유발한 아바타마우스를 이용해 검증한 결과,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EZH2-STAT3 신호전달을 억제할 경우 평균 생존기간이 약 1.5배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EZH2를 기능적으로 억제함으로써 뇌종양 줄기세포의 자기 재생능력과 생존에 관련된 다양한 신호전달 체계를 조절할 수 있었다”면서 “이는 뇌종양 치료에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타깃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2013-07-29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