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줄고 꿀벌 늘고 신재생에너지 ‘두 얼굴’

호랑이 줄고 꿀벌 늘고 신재생에너지 ‘두 얼굴’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1-12-14 17:34
업데이트 2021-12-15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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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英·포르투갈 대학 생태계 영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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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인도네시아에서만 서식하는 수마트라호랑이는 현재 약 400마리밖에 남지 않았지만, 수력발전 댐 두 곳이 지어질 부지가 호랑이 서식지와 겹치면서 멸종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②브라질 발비나댐은 아마존 지역의 열대우림 3129㎢를 사라지게 했다. ③영국 태양광발전소 부근 꿀벌. 태양광발전소가 꿀벌 개체수를 증가시키는 부가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피터 모리스 와일드이미지·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영국 랭커스터대 제공
①인도네시아에서만 서식하는 수마트라호랑이는 현재 약 400마리밖에 남지 않았지만, 수력발전 댐 두 곳이 지어질 부지가 호랑이 서식지와 겹치면서 멸종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②브라질 발비나댐은 아마존 지역의 열대우림 3129㎢를 사라지게 했다. ③영국 태양광발전소 부근 꿀벌. 태양광발전소가 꿀벌 개체수를 증가시키는 부가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피터 모리스 와일드이미지·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영국 랭커스터대 제공
온실가스가 현재 같은 수준으로 계속 배출될 경우 금세기 말이 되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기온이 5~6도 이상 올라 파국적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화석연료 대신 태양열, 수력, 풍력, 조력, 지열 등 자연의 힘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용은 탄소배출을 줄여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기는 하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환경과학부, 포르투갈 포르토대 생물다양성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수력발전용 댐 건설이 멸종 위기에 놓인 호랑이와 재규어 서식지 손실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14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 12월 10일자에 실렸다.

수력발전은 물의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발전 방식이다. 수력발전을 위해 댐을 건설하면서 마을이 수몰되는 경우는 많지만 동식물들의 고유 서식지가 파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댐 건설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 가능성이 제기된 연구들은 많았지만 그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히 계산된 적이 없었다.

연구팀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레드리스트에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는 호랑이와 재규어를 주목했다. 연구팀은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볼리비아 등 호랑이와 재규어가 서식하고 있는 나라들의 수력발전용 댐의 위치를 조사했다. 그다음 호랑이와 재규어 서식지의 위치, 서식지 크기, 개체군의 규모, 분포 추정치 등에 대한 자료와 비교해 수력발전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추산했다.

분석 결과 호랑이의 경우 서식지 1만 3750㎢, 재규어 서식지 2만 5397㎢가 수력발전소 건설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호랑이 개체수의 20.8~22.8%에 해당하는 729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재규어는 전체 개체수의 200분의1 수준이지만 개체수로는 915마리가 수력발전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이끈 중국 남방과기대 루크 깁슨 교수는 “온난화를 막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지만 생태계 파괴라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생물보호종의 서식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건설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인해 곤충의 개체수가 늘어나기도 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랭커스터대 생물학과 연구팀은 태양광발전소가 꿀벌의 개체수를 증가시켜 에너지 생산 이외의 부가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생태학회와 프랑스 생태·진화학회 공동으로 이달 12~15일 영국 리버풀에서 여는 ‘2021 영불 통합생태학회’ 12월 13일자 세션에서 발표됐다.

농작물 관리를 위한 살충제 사용과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벌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가루를 옮겨 주는 벌이 줄어들면 농작물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사람에게 피해가 올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구팀은 지리정보시스템(GIS)과 꿀벌의 개체밀도를 예측하는 수분(受粉)모델을 이용해 영국 내 태양광발전소 위치와 주변 지역 꿀벌 밀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태양광발전소 반경 1㎞ 이내의 꿀벌 개체수와 벌집이 주변 다른 농경지보다 최대 4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의 경우 태양광발전소 주변이 공원 형태로 다양한 식물로 꾸며져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이끈 홀리 블레이드스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태양광발전소가 벌 같은 수분매개동물의 개체수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첫 정량적 증거”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1-12-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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