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성균관대 등 횟수 줄이는 추세…고려대도 강화 앞두고 학생 반발로 중단
‘학점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재수강 횟수 및 취득 학점을 제한하려는 대학과 학점 하락으로 인한 ‘취업 불이익’을 우려하는 학생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그간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중앙대 등이 재수강 제도를 강화했고, 고려대도 최근 재수강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학교 측은 시간을 두고 논의를 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고려대는 최근 마련한 ‘학사운영 개정안’을 통해 그동안 무제한이었던 재수강 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재수강한 과목의 최고 학점을 A에서 B+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성적증명서에 첫 수강 학점과 재수강 학점 중 높은 점수를 기록했으나 앞으로는 재수강 학점을 기재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첫 수강에서 C+를 받았고 재수강에서 D를 받았다면 그동안엔 C+를 기재했지만 앞으로는 D를 기록한다. 학점 평점을 계산할 때도 그간 F학점을 제외했지만 앞으로는 포함한다.
학교 측은 학점 인플레이션이 정도를 넘었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서 학점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해 고려대 성적표를 못 믿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재수강을 믿고 학업을 쉽게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학생들이 학점에만 매달리면서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심심찮게 나온다.
그러나 학생들은 취업이 힘든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1)씨는 “다른 대학이 공공연하게 학점 인플레를 용인하는 상황에서 우리 학교만 재수강을 제한하면 취업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총학생회 측은 아예 재수강 강화 방안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교 측은 “현행 재수강 제도에 문제가 있어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을 잡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새 제도를 시작할 계획은 없었다”며 “향후 학내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이 재수강 제도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성균관대는 재수강 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상한 학점은 B+를 적용한다. 중앙대 역시 재수강을 한 차례만 허용한다. 다만 새 재수강 제도가 2015년 1학기부터 시행된 점을 감안해 상한 학점을 2014년 이전 학번은 A로, 2015학번부터는 B+로 적용한다. 서강대는 재수강을 2회(상한 학점 A-)로 제한하고, 연세대는 3회(상한 학점 A)까지만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외국어대, 상명대, 동덕여대, 세종대 등도 재수강 제도를 강화한 바 있다.
재수강 제도 강화는 지속적으로 학생과 학교 간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처음 계획은 F학점 외에 재수강을 허용하지 않고 재수강 횟수는 3회, 학점 상한은 B+로 하는 것이었지만 학생들의 반발이 너무 거셌다”며 “따라서 재수강 허용 학점을 C+ 이하로 완화하고 대신 횟수를 1회로 줄였다”고 밝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11-26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