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 구조개혁의 미래] 학점교류 확대·스타 교수 공동수업…경쟁력 따른 학과 구조조정 불러와

[한국 대학 구조개혁의 미래] 학점교류 확대·스타 교수 공동수업…경쟁력 따른 학과 구조조정 불러와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6-11-10 21:22
업데이트 2016-11-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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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간 담 허무는 대학들

대학 구조개혁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백화점식 학과 운영’이다. 대학 대다수가 종합대학 형태로 학교를 운영하고 비슷한 학과들을 두고 있다. 경쟁력이 낮은 학과라 할지라도 폐과나 학과 통폐합 얘기가 나오기만 하면 소속원들의 극심한 저항과 반발로 대학 전체가 몸살을 겪는다. 구조개혁의 이런 제약을 덜어줄 해소책의 하나가 대학 간 벽을 허물고 대학끼리 경쟁력 있는 학과를 육성하는 방안이다. 대학 간 전공 교류가 활성화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는 자연스레 구조조정이 되는 것이다.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 수강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등 온라인 수업을 강화하는 것도 구조개혁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올해 1월 서강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 서울 지역 23개 대학은 내년부터 학점 교류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 26개 대학으로 구성된 서울총장포럼 가운데 국민대, 총신대, 한양대를 제외한 23개 대학 학생들이 올해 2학기부터 다른 학교 캠퍼스에서 한 학기당 6학점까지 자유롭게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별 대학끼리 제한적으로 학점 교류를 하고 있지만, 23개 대학이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내년에 온라인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학점 교류는 더욱 늘어난다. 대학별로 비슷한 학과끼리 경쟁이 붙고, 학생들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 결국 경쟁력 낮은 학과가 자연스레 구조조정되는 것이다. 포럼을 이끈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은 “경쟁력이 부족한 교수는 학점 교류가 시작되면 안심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포럼에 참여하지 않았던 고려대와 연세대도 내년부터 스타급 교수 10명 이상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수업인 ‘시그니처 클래스’와 ‘플립트 클래스’를 개설하기로 했다. 학교를 대표하는 강의라는 의미를 담은 ‘시그니처 클래스’는 두 학교의 스타급 교수들이 함께 나서서 전체 강의의 주제에 맞춰 각자 맡은 소주제에 따른 수업을 두 곳을 오가며 진행한다. 두 학교는 인기가 좋으면 내년 하반기에 최대 수백명까지 들을 수 있는 정규 학점 강의로 개설될 예정이다.

플립트 클래스는 ‘역진행 수업’으로 전통적인 수업 방식과 달리 온라인 강의를 통해 먼저 공부하고서 강의실에서 수업하는 강의다.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의 기초 부분을 온라인 수업으로 미리 배우고, 강의실에서는 교수를 직접 대면하면서 토론식 수업을 진행한다. 토론 수업을 이끌 수 없고 옛날식 강의만 하는 교수는 역시 퇴출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 ‘케이무크’(K-MOOC) 역시 대학의 담을 허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카이스트(KAIST) 등 10개 대학이 27개 강좌를 시범 개설한 케이무크는 현재 20개 대학 85개 강좌를 운영 중이며, 내년엔 더 확대될 계획이다. 특히 일부 과목은 수강하면 학점으로 인정해준다. 케이무크의 스타 교수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비슷한 학과의 교수는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엄종화 세종대 교무처장은 “대학들이 최근 들어 학과 효율화를 꾀하면서 다른 대학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면서“대학들이 손을 잡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모습은 대학 구조개혁 측면에서도 주목해야 할 변화”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11-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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