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뭐하시니”… 사립초, 금수저 가려뽑나

“엄마 아빠 뭐하시니”… 사립초, 금수저 가려뽑나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6-09-23 21:08
업데이트 2016-09-2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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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곳 중 25곳 원서에 부모 직업 물어…출신 유치원·외국 거주 경력 묻기도

학생선발권 학교장에 있어 부정 우려
“시대착오적 발상… 교육부 단속 촉구”


일부 사립초등학교가 입학원서를 받으면서 부모의 직업과 출신 유치원 등 개인정보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사립초가 입학생을 추첨해 선발하는 점에 비춰볼 때, 추첨 과정에서 입시 부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사립초 75곳의 입학지원서를 23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3%인 25곳이 입학지원서에 부모 직업을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55곳은 출신 유치원을 적으라 했고, 23곳은 영어 유치원 등 ‘출신 어학원’을 입학지원서에 쓰라고 했다. 특히 부산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의 과거 외국 거주 경력을, 인천의 한 초등학교는 부모의 학력까지 물었다.

현재 사립초의 학생선발권은 학교장에게 있다. 대부분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학교마다 자체 입학지원서 양식을 사용하는데, 이때 선발과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신상 정보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부는 학부모에 대한 불필요한 신상 정보 요구로 문제가 끊이지 않자 올 6월 개인정보처리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 ‘학습환경조사서’(옛 가정환경조사서)를 받을 때 부모의 신상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일선 학교에 권고했다. 하지만 사립초 입학원서에 대해서는 ‘학교장의 권한’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박 의원은 “추첨제로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굳이 부모님의 직업, 종교, 학력, 아이가 다닌 유치원과 어학원까지 적어내라고 하는 것은 ‘금수저’ 아이들을 식별하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이와 관련한 교육부의 단속을 촉구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09-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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