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수능 필수화 여부 놓고 찬반 대립 ‘절정’

한국사 수능 필수화 여부 놓고 찬반 대립 ‘절정’

입력 2013-08-04 00:00
업데이트 2013-08-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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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수능·교육과정 근간 흔들어야하는 문제”수능이외 대안도 논의 시작…광복절 이전 가닥 잡힐 듯

학생들의 역사 인식을 높이기 위해 한국사를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공방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31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열린 ‘우리얼, 올바른 역사찾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역사 교육 강화와 국사 수능 필수 과목 지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열린 ‘우리얼, 올바른 역사찾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역사 교육 강화와 국사 수능 필수 과목 지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사 수능 필수화에 찬성하는 측은 수업시간에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더라도 대학입시와 연결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현실론’을 전면에 내세운다.

반대하는 측은 수능이 필수과목이 되면 학생들이 한국사를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겠지만 한국사가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암기하는 과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어 진짜 목표인 역사 인식을 키우기는 데는 실패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교육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논의 초기부터 선뜻 수능 필수화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현행 수능체계와 교육과정을 근본적으로 흔들어야하기 때문이다.

툭하면 바뀌는 교육제도와 학습부담 가중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불만, 교사와 교원단체 등 교육계 이익집단 간의 갈등도 의식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사를 평가기준에 넣어 어떻게든 성적에 반영해야한다고 언급한 만큼 역사교육 강화방안 발표를 앞두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찬성측 “대입 연계 없으면 효과 떨어져”

현재 수능 선택과목인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바꾸자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교육체계에서는 대학입시와 연결해야 정책이 확실한 효과를 거둔다는 논리를 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달 8∼12일 시행한 ‘한국사 교육 강화 교원 인식조사’에서 전국 초·중·고·대학 교원 1천630명 중 62.9%가 학생들의 역사인식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한국사가 수능 선택과목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역사인식을 강화하는 방안으로는 51.5%가 ‘수능 필수화 및 대학의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 확대’를 1순위로 꼽았다.

교총 김무성 대변인은 “현재의 대입 체제 아래서는 입시와 연결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한국사 수능 필수화가 역사교육 내실화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언론사 논설실장·해설위원과의 오찬에서 “어떤 평가기준이 돼야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평가기준에 빠져 있으면 다른 것 하기도 바빠서 안 하게 된다”고 말한 것도 찬성 측에 힘을 실어줬다.

정치권에서도 한국사 수능 필수화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6일 현안 관련 서면브리핑에서 “한국사 교육의 시급성과 현재의 대학입시 체제에서는 입시와 연결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고려할 때 수능과목 지정은 한국사 교육 내실화의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논평했다.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윤 의원은 “한국사를 청소년기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치도록 대학 입시에서 한국사 과목을 필수화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대측 “단순 암기과목 전락할 것…근본적 해결책 찾아야”

그러나 교원단체와 정치권이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평가 위주의 한국사 교육으로는 학생들의 역사인식을 고취한다는 본연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한국사가 필수과목이 되면 학생이 더 많이 공부하겠지만, 이것이 본질적인 목표인 역사인식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연결되진 못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하 대변인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이 진도와 시험에 쫓겨 지식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탐구와 토론을 통해 역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수업방식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제언했다.

민주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 30일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지금까지 한국사가 필수과목이거나 선택과목인 과정을 다 거치지 않았느냐”며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은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사에 지나치게 치중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다른 사회과목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서강식 공주교대 초등윤리교육과 교수는 “어느 학문이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특정 학문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다른 쪽이 소홀해지고 그 피해는 학생들한테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사회과목 교사·교수 모임인 사회과교육학회는 지난달 15일 “한국사 수능 필수화 등 최근 거론되는 역사교육 강화 방안은 공교육 체제 와해와 사교육 시장 팽창, 시민교육 황폐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수능 필수화 이외 대안 논의 ‘솔솔’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달 28일 한국사 수능 필수화 이외에 역사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3가지의 다른 카드를 내놓았다. 수능필수화의 목소리만 들렸던 논의 초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첫 번째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표준화된 가칭 ‘한국사 기초학력평가시험’을 개발해 전국 고등학교에서 동시에 시행하는 안이다. 시험결과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식으로 교육강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사능력시험을 대입에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학생들이 횟수에 상관없이 응시해 최종 통과 여부를 학생부에 기재하고 통과 학생에게만 수능 응시자격을 주는 식이다.

한국사 교육의 내실화를 다지는 차원에서 고교 자체적으로 한국사 시험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안도 이야기됐다.

이 세 가지 대안은 한국사를 굳이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지 않고도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교육 시장 팽창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교총은 “표준화된 고교 한국사 시험이나 한국사능력검증시험 도입은 평가를 위한 평가의 성격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시험 대비 사교육을 조장하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반대했다.

◇교육부 “장단점 따져 광복절 전 대책 내놓을 것”

교육부는 8·15 광복절 전에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마무리 지을 것을 목표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애초부터 교육부는 한국사의 수능 필수과목 지정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국어·영어·수학을 비롯한 모든 과목이 선택형인 수능 시험의 기본틀을 바꿔야 하는 문제, 타 과목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이었다.

현행 2009개정 교육과정에서 모든 과목이 선택형인데도 2011년 내놓은 역사교육 강화방안에서 한국사만 필수화한데 이어 또다시 수능필수까지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입의 평가기준에 넣어야 한다는 여론을 받아들여 수능 필수과목 지정을 대책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일단 가능한 대안을 모두 공개하고서 각각의 장·단점을 논의한 뒤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밝힌 대로 한국사의 수업시수를 1단위 늘리고 2학기에 걸쳐 배우게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달 열린 당·정 협의에서 교육부가 내놓은 4가지 안 중 수능 필수과목 지정, 한국사 검정시험 시행 후 학생부 기재 등 2가지 안에 대한 논의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또다시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내부 토론회를 거쳐 최종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필수과목 지정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안은 비슷비슷하지만, 각각 장·단점이 있다”며 “8월 둘째 주에 결판을 낼 생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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