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사람 잡는’ 산불감시원 체력검증 평가기준 번복 오락가락

산림청, ‘사람 잡는’ 산불감시원 체력검증 평가기준 번복 오락가락

김상화 기자
김상화 기자
입력 2020-11-19 10:50
업데이트 2020-11-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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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감시원 체력검증 평가기준 강화 뒤 안전사고 잇따라
경북 군위, 경남 창원, 울산 등지서 체력검증 중 사망사고 발생
산림청, 내년 1월까지 평가기준 완화할 계획, 지자체와 협의 중

산불감시원이 산불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신문 DB
산불감시원이 산불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신문 DB
산림청이 산불감시원의 체력검증 평가기준을 강화시키 뒤 관련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불과 수개월 만에 기준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산불감시원 채용을 앞둔 지자체들은 갑작스런 산림청의 평가기준 변경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19일 지자체들에 따르면 산림청은 지난 5월 청 훈련 제1453호(산불감시원 운영 규정) 일부를 개정해 산불감시원 선발시 응시자 전원을 대상으로 짐펌프(15㎏)를 착용하고 2㎞ 도착시간을 측정하는 체력검증을 실시하도록 신설 의무화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지자체들이 자율적으로 등짐 펌프(15㎏)를 메고 평지 400m 내외를 뛰도록 한 것보다 거리가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기준이 크게 강화된 것이다.

산불감시원 지원 경쟁률이 높아 변별력을 높이려면 체력검증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산림청의 강화된 산불감시원 체력검정 참가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전 11시 10분쯤 경북 군위군 동부리 산길에서 산불 지상감시원 지원자 A(59)씨가 등짐 펌프(15㎏)를 지고 1.3㎞를 이동하는 체력검정을 마친 후 휴식을 취하던 중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다.

A씨는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후 119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같은 달 21일, 22일엔 경남 창원과 울산에서 산불감시원 체력시험 도중 B씨(71대)씨와 C씨(60)가 사망했다.

이 때문에 유가족들이 지자체를 찾아 격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강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따라서 산림청은 최근 뒤늦게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는 등 사고 재발 방지에 나섰다.

서울신문이 이날 입수한 산림청의 ‘산불방지를 위한 산림감시원 선발 유의사항 안내’ 공문에 따르면 지자체가 산불감시원 응시자 연령대를 고려해 체력검증 기준(거리 및 무게 등)을 자체적으로 조정하고 필요시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로 대체하도록 했다. 산림청이 산불감시원의 체력검증 기준을 강화한 지 6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산림청이 산불감시원 채용에 따른 안전사고 및 민원 발생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한 뒤 “그렇다고 산림청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큼 하루 빨리 체력검증 평가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훈련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산불감시원 채용을 앞둔 일부 지자체는 (산림청의 평가기준 번복으로) 큰 혼란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현재 체력검증 평가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놓고 지자체와 협의 중에 있다”면서 “내년 1월까지 관련 훈령을 또다시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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