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8.5t 트럭 횡단보도 있던 4명 덮쳐
만 2세 여아 숨지고 언니·엄마는 중상
방지턱 생겼지만 신호등 없어 사고 빈발
사고당했던 아이, 첫 등굣길서 ‘현장 목격’
경찰, 운전자 민식이법 적용해 입건
사고 현장엔 신발만 덩그러니…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아파트단지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의 횡단보도에서 2살 여아가 숨지는 등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에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이 놓여 있다. 50대 운전자 A씨가 운전하던 8.5t 트럭이 유모차를 끌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가족 4명을 들이받아 2살 여아가 사망하고 그의 언니와 어머니가 중상을 입었다.
광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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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광주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5분쯤 북구 운암동 한 아파트단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50대 운전자 A씨가 몰던 8.5t 트럭이 유모차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가족 4명을 치었다. 이 사고로 유모차에 타고 있던 만 2살 된 여아가 숨졌고, 여아의 언니와 30대 어머니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유모차에 함께 타고 있던 영아인 막내아들은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족은 어린이집을 가기 위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건너편 도로에서 오는 차량을 피해 잠시 서 있던 중 참변을 당했다.
차량 정체로 횡단보도 바로 앞에 정차해 있던 A씨는 정체가 풀리자 이 가족을 발견하지 못하고 차량을 출발시키면서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트럭 운전자가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했고, 과속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트럭 운전자도 ‘운전석에선 어머니와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5월 같은 곳에서 사고를 당한 7세 B군이 현장을 목격해 주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당시 B군은 머리를 심하게 다쳐 학교를 다니지 못하다가 이날 겨우 회복해 할아버지와 등교를 했다. 사고 당시 할아버지는 B군의 눈을 가렸지만, B군과 할아버지가 받은 충격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의 사고 이후 횡단보도와 차량 속도를 줄이기 위한 방지턱이 새로 설치됐지만 인명사고 재발을 막지 못했다. 주민들은 추가로 신호등 신설과 주정차 위반 단속 카메라 설치 등을 요구했으나, 인근 교차로에 신호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은 “이곳 주변에서 사고가 자주 일어나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경찰은 A씨를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치사상)을 적용해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2020-11-18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