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내 피 말라가는 것만 생각”… 마포쉼터 소장 추도

윤미향 “내 피 말라가는 것만 생각”… 마포쉼터 소장 추도

이성원, 오세진, 손지민 기자
입력 2020-06-07 23:08
업데이트 2020-06-08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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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우리집’ 손모 소장 자택서 발견

尹, 페북에 “쉴 새 없는 전화 괴로웠을 것”
사망 전 홀로 귀가해 타살 혐의점 없어
정의연 “檢 수사·과도한 취재 힘들어해”
본인 계좌로 할머니 조의금 걷어 논란
檢 “고인 조사나 출석 요구한 적 없어”
침통한 尹
침통한 尹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씨가 지난 6일 경기 파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7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평화의 우리집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쉼터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가 지난 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손씨가 최근 정의연의 부정 회계 의혹과 안성 쉼터 부정 매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꼈고 “삶을 부정당하는 듯 힘들어했다”는 게 주변 증언이다. 손씨는 2004년부터 16년간 피해 할머니 쉼터 일을 도맡아 왔다. 검찰은 손씨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7일 입장문을 내고 그의 죽음은 강압적 수사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경기 파주경찰서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6일 오후 10시 55분쯤 파주의 한 아파트 4층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손씨의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119구조대와 함께 현장에 출동했으며 현관문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갔다. 주변에 유서는 없었으며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은 손씨의 스마트폰 통화 기록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손씨는 국민임대주택인 이 아파트에 혼자 거주하며 쉼터 일을 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손씨가 외출했다가 전날 오전 10시 57분쯤 혼자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며 “현재로선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날 오전 유족 조사를 마쳤고 사인을 밝히기 위해 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씨는 검찰 수사에 강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지석)는 지난달 26일부터 정의연과 쉼터 등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회계 담당자를 소환 조사해 왔다. 손씨 역시 2017년 4월 이순덕 할머니가 사망했을 당시 손씨 명의의 계좌로 조의금을 걷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마포 쉼터 앞에서 ‘부고 성명’을 발표하며 “최근 정의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특히 검찰의 급작스러운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고 했고,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했다”며 “언론의 과도한 취재 경쟁으로 쏟아지는 전화와 초인종 벨소리, 카메라 세례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셨다. 항상 밝게 웃으시던 고인은 쉼터 밖으로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손씨와 가깝게 지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검은색 옷차림으로 쉼터를 찾았다. 윤 의원이 울먹이며 쉼터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며 “내 피가 말라가는 것만 생각하느라 우리 소장님 피가 말라가는 것은 살피지 못했다.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적었다.

검찰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손씨의 죽음은 무리한 수사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부지검은 손씨의 사망 소식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면서 “정의연 고발 등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조사한 사실이 없고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또 “압수수색 당시 고인은 그곳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흔들림 없이 신속한 진상 규명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0-06-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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