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묻지마 살인범 1심 징역 30년…“여성 폄하보다 남성을 무서워해”

강남역 묻지마 살인범 1심 징역 30년…“여성 폄하보다 남성을 무서워해”

이슬기 기자
입력 2016-10-14 13:44
업데이트 2016-10-14 13:4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강남역 인근 화장실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김모씨가 26일 서울 서초경찰서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경찰은 기초수사를 마친 뒤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강남역 인근 화장실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김모씨가 26일 서울 서초경찰서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경찰은 기초수사를 마친 뒤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34)씨에게 1심에서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유남근)는 1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선고공판에서 “사회 공동체 전체에 대한 범행으로 불안감을 안겼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상대방의 생명을 빼앗는 범행은 생명 경시 태도가 매우 심각한 범죄”라며 “그런데도 김씨는 피해자의 명복을 빌거나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 당시 조현병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불완전한 책임능력을 보이는 김씨의 형량을 정함에 있어 부득이 심신미약 상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판단에는 김씨의 정신병력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1999년 처음 정신병적 증상을 보인 뒤 2009년 입원치료를 받으며 미분화형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올해 1월 이후 약을 먹지 않아 평소에도 피해망상 증상을 보였다.

재판부는 또 “정신감정인은 김씨가 여성을 폄하하기보다 남성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며 “김씨는 남성을 무서워하는 성격과 피해의식 때문에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해 재판 내내 안경을 고쳐 쓰거나 선 채로 다리를 떠는 등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재판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가운데 피해자의 어머니는 말없이 흐느꼈다.

재판부는 징역형과 함께 치료감호, 2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김씨는 5월 17일 오전 1시쯤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A(23·여) 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여성혐오’ 범죄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김씨의 정신상태 등을 감정한 끝에 여성혐오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결심공판에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