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 넘는 쓰레기 더미와 함께 살던 4남매…충격의 수습 현장

4t 넘는 쓰레기 더미와 함께 살던 4남매…충격의 수습 현장

이승은 기자
입력 2016-08-11 17:07
업데이트 2016-08-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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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지난 10일 쓰레기 4.5t이 쌓인 집에서 4남매를 양육한 30대 부부를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들 부부가 아이들을 양육했던 집 안에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 전북 전주완산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지난 10일 쓰레기 4.5t이 쌓인 집에서 4남매를 양육한 30대 부부를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들 부부가 아이들을 양육했던 집 안에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 전북 전주완산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지난 9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자그마치 4.5t 규모의 쓰레기가 나와 연립 현관 앞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악취가 심하다’는 이웃들의 거듭된 민원 제기에 주민센터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A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 방바닥과 벽, 천장 등 집 안 곳곳에 바퀴벌레와 해충들이 기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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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4.5t 쌓인 가정집
쓰레기 4.5t 쌓인 가정집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지난 10일 4.5t 규모의 쓰레기가 쌓인 집에서 4남매를 양육한 30대 부부를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들 부부가 아이들을 양육했던 집에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 전북 전주완산경찰서 제공=연합뉴스
더 놀랄 일은 이 연립에 사는 A(34·여)씨와 남편 B(32)씨는 이곳에서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네 살배기, 두 살배기 등 4남매를 키웠다는 사실이다.

이 연립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초생활수급 가정에 임대하는 주택이다.

이 집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지난 8일 한 주민이 “이웃집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데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 때문이었다.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 ‘쓰레기 더미 집’에는 자원봉사자와 관할 주민센터 직원 10여 명이 드나들며 청소 작업을 진행했다.

집안 살림을 모두 끄집어내 일광 소독을 하고 집 밖에는 봉사자들이 이동세탁차량까지 동원해 집에 널려 있던 옷가지와 이불 빨래를 했다.

집에서 나온 옷가지만 50ℓ 대형 쓰레기봉투로 20개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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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쓰레기 더미 집’ 주변에 널어 둔 빨래
‘전주 쓰레기 더미 집’ 주변에 널어 둔 빨래 지난 10일 오후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자원봉사자와 주민센터 직원들이 4.5t 규모의 쓰레기가 쌓인 집에서 4남매를 양육한 30대 부부가 살던 집의 옷가지와 이불을 빨아 빨래 건조대에서 말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웃에 사는 한 주민은 “쓰레기나 악취도 문제지만, 이 안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키웠는지가 더 걱정”이라며 “아주 어린 애들도 둘이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애들 건강상태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찰 확인 결과 A씨의 자녀들은 머리에 이가 있을 정도로 위생상태가 좋지 못했다. 다만, 외상이라든지 물리적 폭력으로 인한 상처는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6월 냉장고를 바꾸면서 음식물을 밖에 내놨는데 음식이 상했다. 그 뒤로 청소하지 못했다”며 “최근에도 내가 교통사고로 입원하고, 아이들이 아파 2주간 병원에서 생활하다 보니 집을 방치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쓰레기의 양이나 정황으로 보아 장기간 위생이 좋지 못한 상태가 유지된 것으로 보고 A씨 부부를 물리적 방임에 의한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아마도 아이를 출산하고 심리적으로 이상이 온 것 같다”며 “주민들 증언으로는 몇 달 전부터 집 주변을 돌며 쓰레기와 옷가지 등을 모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낡고 필요 없는 물건을 집 안에 쌓아두는 강박증을 앓는 ‘호더’(hoarder)로 추정하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 9일 아이들을 긴급분리 조치해 보호시설로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황상 아동학대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A씨 부부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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