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식구 함께 살았지만…아버지 시신 부패한 뒤 발견

다섯 식구 함께 살았지만…아버지 시신 부패한 뒤 발견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8-10 13:50
업데이트 2016-08-1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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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식구가 함께 살면서도 연립주택 방에서 숨진 아버지의 시신이 심하게 부패할 때까지 몰랐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6시 23분쯤 부산의 한 연립주택 이모(65)씨의 방에서 이씨가 숨져 있는 것을 이씨의 매형이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의 부인 김모(61)씨가 지난 7일 경남 하동군에 사는 친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와 달라”고 부탁, 친오빠가 동생의 집을 찾았다가 이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씨 방안에 불상과 함께 가재도구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이씨의 시신은 매우 부패한 상태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검안의는 “시신 상태로 보면 한달 전에 숨진 것으로 보이지만 날씨가 더워 실제 사망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부패가 심해 사망원인은 추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가족들은 “평소 미신을 믿는 아버지가 올해 초부터 126살까지 살 수 있는 기도를 한다며 단식을 선언했고 7월부터는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씨의 가족들은 현관문을 별도로 쓰는 다세대 주택에서 함께 살았다.

이씨와 이씨의 아들은 같은 현관문을 통과하는 방 2곳에서 각자 거주했고, 부인 김씨와 30대, 40대인 딸들은 다른 현관문으로 연결된 방에서 살았다.

가족들은 이씨가 평소 술에 늘 취해있고, 술버릇도 좋지 않다며 집에서도 서로 접촉을 꺼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바로 옆방에 사는 아들은 심한 당뇨병으로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방안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줬다.

식사 때가 되면 딸들은 이 씨의 방문 앞에 식사를 내려놓았다. 며칠째 아버지가 밥상에 손을 대지 않았지만 올해 초 아버지가 단식을 선언 이후 장기간 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번 경우에도 이상 징후를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김씨는 경찰에 신고하기 이틀 전 이씨의 방에서 이상함을 느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김씨는 “이씨 방문 앞에 갔다가 냄새 등이 평소와 다른 것을 느끼고 무서운 마음에 친오빠에게 확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 가족이 평소 이웃과도 단절된 생활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들 가족은 이씨의 전 직장에서 나오는 연금과 거주지 바로 옆에 소유한 주택을 임대한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었고 아무도 외부에서 일하지 않았다.

집안 곳곳은 수개월째 관리되지 않은 듯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었고, 월세를 주던 건물도 상당 기간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해 세입자 3가구 중 2가구는 최근 떠난 상태였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결과 타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족들을 상대로 신고가 늦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이 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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