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매쇼핑몰’ 사기극… 1500명 400억 털렸다

‘첫 경매쇼핑몰’ 사기극… 1500명 400억 털렸다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16-06-21 22:52
업데이트 2016-06-2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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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고의 융합 플랫폼 개발” IT용어 낯선 중장년층 끌어모아

뚜껑 열어 보니 평범한 쇼핑몰… 경찰, 사기 친 W업체 대표 구속

‘경매 쇼핑’이라는 신개념 쇼핑몰을 만든다며 투자자 1500명에게 404억원을 받아 가로챈 업체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려 홍보 기사를 낸 뒤 정보기술(IT) 용어에 낯선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끌어모았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사기 혐의로 인터넷 쇼핑몰 업체 W사 대표 강모(47)씨를 구속하고 회사 관계자 4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W사는 서울 금천구와 구로구에 사무실을 열고 ‘경매와 게임을 결합한 융합쇼핑몰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홍보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사업’이라며 ‘알리바바, 옥션 등 전 세계 유명 쇼핑몰을 장악하는 데 6개월이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쇼핑몰 사업에 1000만원, 3000만원, 5000만원을 투자하면 수익금으로 매월 최소 100만원, 300만원, 7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W사는 ‘아이템을 구매한 사람만 경매에 참가해 정가의 10% 가격으로 상품을 살 수 있는 쇼핑몰’이라며 ‘경매에 참여하려면 아이템이 필요한데, 아이템 판매 수익금이 월 4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경매 쇼핑이라는 시스템은 개발되지 않았고, W사는 이달 초 평범한 쇼핑몰을 열었다.

W사의 구조는 다단계 업체와 유사했다. 회사는 투자금 모집 금액에 따라 전무부터 본부장까지 직급을 나눠줬다. 투자자들은 투자 금액에 따라 프리미엄, 파워, 에이스로 등급이 나뉘었다. 임원들은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금액의 10%를 추천수당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금 전액을 보장한다고 허위로 과장 광고하는 전형적인 유사수신업체”라며 “W사의 실제 수익은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 외에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쇼핑몰, 플랫폼, 전자화폐, 페이백 등 IT 용어를 잘 모르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집중적으로 모집했다. 지난 4월 ‘중국 업체가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온라인에 나가자 투자자가 급증했다. 실제로는 중국 업체로부터 투자금을 받지 못했다. 유명 호텔과 컨벤션 센터에서 연예인과 아나운서를 초대해 사업 설명회를 열고 행사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를 맹신한 투자자들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잘나가는 회사였는데 경찰이 압수수색해서 투자가 끊겼다’고 항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6-06-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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