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사고 부상자, 내가 구했다” 40대 義人의 비밀

“판교 사고 부상자, 내가 구했다” 40대 義人의 비밀

입력 2014-10-18 00:00
업데이트 2014-10-18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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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에서 하영록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성남 판교테크노벨리 환풍구 붕괴 사건 부상자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에서 하영록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성남 판교테크노벨리 환풍구 붕괴 사건 부상자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환풍구 밑으로 떨어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구조대가 오기까지 10여분 동안 의식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구조했습니다.”

17일 2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판교 야외광장 인근 지하 주차장 환풍구 붕괴사고에서 돌연 ‘의인(義人)’을 자처하는 40대 남성이 등장했다.

너덜너덜해진 검은색 양복을 입고 등장한 강모(47)씨는 기자들을 만나 “위로 나올 때까지 먼지가 가득해 앞이 보이지 않았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만 들렸다”고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강씨는 “사고 직전까지 환풍구 위에 올라가지 말라는 방송이 나왔지만 방송이 아니라 직접 통제를 해야 했다”면서 “이번 사고는 안전관리 부실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라고 분통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남성의 사연은 모두 거짓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18일 강씨는 “병원과 언론에 사고 당시 환풍구 밑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사람들을 구했다고 말한 것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실토했다.

강씨는 “사고 당시 환풍구 시설 끝 시멘트에 걸터앉아 있다가 환풍구 안쪽 20m 아래가 아닌 환풍구 바깥쪽으로 넘어졌다”며 “왜 거짓말을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사고가 발생한 지 3시간여가 지난 전날 오후 9시 10분쯤 분당제생병원을 찾아 의료진에 환풍구 붕괴사고로 다쳤다고 주장, 약 2시간 동안 진료를 받는 등 병원에 머물다가 오후 11시 20여분쯤 귀가했다.

병원 측은 당초 이 병원에 사망자 4명, 부상자 3명이 실려온 것으로 집계하다가 강씨가 응급실에 온 이후부터 강씨를 포함해 부상자 4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공식 브리핑했다.

강씨는 스스로 병원을 나설 때에도 취재진과 만나 “환풍구 밑으로 떨어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구조대가 오기까지 10여분간 의식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구조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거짓말은 강씨를 의인으로 묘사한 기사를 본 사고대책본부가 사실 확인에 나섰다가 강씨에 대한 구급일지가 없는 점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강씨가 부상자 명단에 없어 관리명단에 넣고 계속 확인하고 있었는데 수차례 알아본 결과 119구급차는 물론 민간구급차 중에서도 강씨를 태웠다는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제생병원 측은 “우리로서는 환자가 환풍구에서 떨어져 다쳤다고 해서 사고 부상자 명단에 넣어 발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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