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날 버려”…취직 안되자 명동 돌며 방화

“사회가 날 버려”…취직 안되자 명동 돌며 방화

입력 2014-05-03 00:00
업데이트 2014-05-0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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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르바이트생 안 뽑으세요?”

지난달 22일 저녁 서울 명동 거리. 스무 살 청년 A씨는 북적이는 인파를 헤치고 이곳저곳 상점을 전전하고 있었다.

경북 안동에서 살던 그는 일자리를 구하려 며칠 전 무작정 상경했다. 일용직이라도 구하려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허사였고 이날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느새 명동 거리엔 짙은 어둠이 깔렸고 상점들도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왜 이 사회는 날 받아주지 않는 걸까.’

A씨의 절망감은 곧 사회를 향한 원망과 분노로 바뀌었다.

그는 자신을 외면한 명동 곳곳에 불을 지르기로 마음먹고 주변을 배회하며 인적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렸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명동 밀리오레 근처에 있는 한 거리 상점 앞에 섰다.

그는 햇빛을 가리려고 설치된 폭 3m 남짓 되는 비닐 천막에 라이터불을 붙였다. 그리고 쏜살같이 골목 안으로 달아났다.

명동 중앙길을 가로질러 외환은행 본점 방향으로 500여m를 도망쳐온 A씨는 눈앞에 보이는 한 음식점 앞 지붕 천막에도 불을 댕겼다.

그는 이어 다시 명동 중앙길로 200여m를 이동해 모자 노점의 가판대를 덮어둔 천막 등 2곳에 불을 잇달아 붙이고 곧장 택시를 타고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불은 천막들을 모두 태우고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꺼졌다. 다행히 주변으로 옮아붙지 않아 대형 화재로 번지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A씨를 목격한 사람은 없었지만 A씨가 라이터불로 천막을 태우는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남았다. 그는 결국 범행 6일 만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A씨를 방화 혐의로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작년에도 서울 명동에서 같은 방법으로 상점 천막에 불을 지르는 등 방화 혐의로 입건돼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취직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홧김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볼 때 방화벽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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