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할머니인데 친할머니, 외할머니 표현…차별일까요?”

“같은 할머니인데 친할머니, 외할머니 표현…차별일까요?”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입력 2021-11-25 17:07
업데이트 2021-11-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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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친가, 외가 구분 바람직하지 않은 관습”
국립국어원 “지역 이름을 앞에 붙인 호칭 가능”

여가부 인스타그램
여가부 인스타그램
“나는 할머니가 두 명 있다. 근데 왜 한 명은 친할머니, 한 명은 외할머니일까?”

여성가족부는 24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이런 내용의 그림일기 콘텐츠를 게시했다.

이 그림일기는 여가부의 ‘슬기로운 평등가족생활’ 실천 공모전 수상작이다. 그림일기 형식을 빌려 어린아이 시선에서는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작품 설명에는 “어린아이의 시선이 담긴 그림일기를 통해 그동안 간과해 왔던 가족 간의 불평등한 문화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을 담았다”고 나와 있다.

그러면서 “친할머니 외할머니처럼 친가와 외가를 구분 짓는 호칭의 사용은 남성 성씨 중심의 사회에서 비롯된 바람직하지 않은 관습”이라고 지적했다.

친할머니는 한자로 ‘친할 친(親)’자를 사용하는데, 외할머니는 ‘바깥 외(外)’자를 쓰기 때문에 차별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호칭이다” vs “일리 있는 지적”

이 그림일기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단순 호칭일 뿐인데 뭐가 그리 불만이냐”는 의견을 내세웠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건 사실”이라며 여가부의 의견에 동조해 서로 입장이 엇갈렸다.

다만 대체로 ‘외할머니’ 표현을 점점 안 쓰는 추세라는 것에 많은 네티즌들이 공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부계혈연 중심에서 모계 사회로 점차 변화하면서 외할머니 표현을 잘 쓰지 않게 됐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또 맞벌이 가구 증가로 외할머니가 양육에 적극 참여하면서 거리감 있는 표현인 ‘외할머니’가 사라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여가부 인스타그램
여가부 인스타그램
국립국어원 “외할머니 대신 ‘지역이름+할머니’ 호칭 가능”
한 네티즌은 “(할머니 글자 앞에) 사는 지역을 붙이면 된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할머니가 수원에 거주한다면 ‘수원 할머니’ 이런 식으로 말이다.

실제로 이런 표현이 가능할까.

국립국어원은 25일 외할머니 표현에 대해 “현재 표준어로 올라와 있어 쓸 수는 있다”면서도 “외할머니 대신 지역 이름을 붙여 ‘OO할머니’로 부르는 것도 가능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펴낸 언어 예절 안내서를 통해서도 “요즘은 외가와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가정들이 많아 외할머니를 외할머니라 하지 않고 할머니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여가부가 진행한 슬기로운 평등가족생활 공모전 수상작은 지난 15일 발표됐다.

대상 1명은 200만원, 금상 2명은 100만원씩, 은상 3명은 50만원씩, 동상 5명은 30만원씩 받았다.

이 그림일기는 은상을 받았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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