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눈길…썰렁한 손길…쓸쓸한 발길…그럼에도 종소리는 울립니다

차가운 눈길…썰렁한 손길…쓸쓸한 발길…그럼에도 종소리는 울립니다

이주원, 최영권 기자
입력 2020-12-21 20:58
업데이트 2020-12-22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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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직접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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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최영권(오른쪽) 기자가 21일 서울 중구 지하철 시청역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서 기부를 독려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주원 기자는 같은 시간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모금활동에 나섰다. 이날 2시간 동안 두 기자가 모금한 금액은 30만원 남짓이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서울신문 최영권(오른쪽) 기자가 21일 서울 중구 지하철 시청역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서 기부를 독려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주원 기자는 같은 시간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모금활동에 나섰다. 이날 2시간 동안 두 기자가 모금한 금액은 30만원 남짓이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올해 모금액 7억… 작년보다 30% 뚝

“여기는 구세군 자선냄비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부디 따뜻한 손길을 보내 주세요.”

21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과 서울시청역에 기부를 호소하는 목소리와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신문 기자들은 이날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두 곳에서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해 기부를 독려했다. 코로나19와 한파 여파로 기부는 확연히 줄었지만, 간간이 이어지는 온정의 손길도 확인할 수 있었다.

행인들은 대부분 자선냄비에 눈길도 주지 않고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30년 동안 자선냄비 자원봉사를 한 직장인 장은정(59)씨는 “예전에는 유동인구의 약 20~30%가 기부에 참여하고 줄을 설 때도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구세군자선냄비본부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집계된 올해 자선냄비 모금액은 총 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0% 정도 감소했다.

매년 350여개의 자선냄비를 내걸었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250여개로 100개를 줄였다.

●아픈 친구 위해 작은 금액이라도 ‘땡그랑’

10분에 한 번꼴로 자선냄비에 동전과 지폐가 들어왔다.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도 이웃을 돕고 싶어 하는 시민들이 선뜻 내민 정성이었다. 이모(11)군은 작은 주먹에 쥔 100원짜리 동전 5개를 용산역 광장 자선냄비에 넣었다. 반가운 ‘짤그랑’ 소리가 났다. 어머니 김미현(45)씨는 “아들이 백혈병을 앓고 있어 치료 중인데 아들처럼 아픈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냈으면 하는 마음에 작은 금액이라도 넣어 보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역에서 자선냄비를 찾은 이승민(34)씨는 중견기업 마케터로 일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0월 말 정리해고를 당했다. 그는 “재취업을 준비 중이라 10월 말부터는 수입이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나보다 더 힘든 분들을 평소에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카드 결제를 이용해 기부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아프면 타인의 아픔 더 공감

자원봉사자들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소시민들의 기부를 볼 때 힘이 된다고 한다. 배선국(67)·조명숙(64)씨 부부는 “화려하고 비싼 옷을 입은 사람보다는 평범하거나 더 어려운 처지에 있을 것 같은 분들이 많이 자선냄비에 돈을 넣고는 한다”며 “자신이 아프면 타인의 아픔에도 더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금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날 때쯤 패딩 점퍼 지퍼를 살짝 내려도 될 만큼 날이 풀렸다. 자선냄비 앞을 지나는 사람도 점차 늘었지만 기부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이날 두 곳에서 2시간 동안 40여명이 약 30만원을 기부했다. 장씨는 봉사활동을 마무리하며 “어느 때보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때”라며 기부 참여를 호소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0-12-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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