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산재보험 사업주 강요로 제외”…신청서 대필 의혹

“택배기사 산재보험 사업주 강요로 제외”…신청서 대필 의혹

곽혜진 기자
입력 2020-10-15 18:06
업데이트 2020-10-1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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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골목에서 한 택배기사가 상품을 배송하고 있다. 2020.9.17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서울 시내 골목에서 한 택배기사가 상품을 배송하고 있다. 2020.9.17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고용노동부 관련 기관들을 대상으로 1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택배기사가 배송 작업 도중에 사망한 사고로 불거진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의 산재보험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노동부는 신청만 하면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되는 허점을 인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원종(48)씨 사망사고를 거론하면서 소속 대리점에서 택배기사들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대필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사업주의 권유나 강요 등이 있었다고 판단되는데 (사실일 경우) 제대로 처벌해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김씨는 지난 8일 배송 업무를 하던 중 호흡 곤란을 호소하다 숨졌다. 그는 지난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해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이번 사고가 과로사로 밝혀지더라도 보상받을 수 없다.

특고는 산재보험 필수 적용 대상이지만, 김씨처럼 본인이 신청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보험료 부담을 기피하는 사업주가 많아 특고 종사자 가운데 실제 산재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는 전체의 20%가량에 불과하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송천대리점은 지난달 10일 해당 대리점에서 김씨를 비롯해 직원 9명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신청서의 필체가 김씨의 평소 필체와 달라 대필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당 임종성 의원은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할 때 (사업주가) 자세한 설명보다는 ‘이것을 신청하면 월 급여가 더 많아진다’는 식으로 회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특고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현황에 관한 전수조사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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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고 김원종 씨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가 대필로 작성됐다는 의혹 등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15 연합뉴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고 김원종 씨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가 대필로 작성됐다는 의혹 등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15 연합뉴스
이날 민주노총 전국택배연대노조도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주가 택배기사 대신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불법 사례가 많다”면서 “산재보험 적용신청 제외 제도를 없애고 고용부가 제출된 신청서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잇따른 의원들의 지적에 박화진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해 산재보험 적용 제외 제도를 (특고에게) 확대한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의원들의 지적을 수긍했다. 그러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택배 분류작업의 과중한 업무 부담도 언급됐다. 박 실장은 택배기사 측은 배송만 업무라고 보는 반면 택배사는 분류작업도 택배기사 업무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등 양측 입장이 다르다고 설명한 뒤 “분류작업은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다”고 맹점을 짚었다.

이 같은 문제를 풀어내려면 “분류작업을 누가 해야 하며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노사 간 큰 틀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합의를 이루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논의의 자리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박 실장은 말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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