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가장 일찍 오고 싶었어요”…코로나19 확산 속 3차 등교

“첫날 가장 일찍 오고 싶었어요”…코로나19 확산 속 3차 등교

김태이 기자
입력 2020-06-03 10:40
업데이트 2020-06-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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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중2·초등3∼4학년 전국 최대 178만명 첫 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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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전 발열검사
등교 전 발열검사 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3차 등교개학일인 3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에 한 학생이 등교 전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6.3.
연합뉴스
“이야, 너 키 많이 컸다. 대체 몇 달 만에 보는 거니.”

3일 오전 8시 20분께 서울 강북구 삼각산초등학교. 분홍색 반바지에 흰색 선캡을 쓴 A(10)양이 교문을 향해 뛰어 올라오자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교사가 큰 소리로 인사했다.

이날 학교에 가장 먼저 도착한 A양은 “오늘은 첫날이니까 일찍 오고 싶었다”며 “친구들을 처음 봐서 어색할 것 같긴 하지만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려고 한다. 설레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오전 8시 40분 등교 시간이 가까워지자 학생들이 늘기 시작했다. 교장·교감·수석교사가 교문 앞에서 웃으며 맞이하자 학생들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이 학교는 돌봄을 신청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학생이 일주일에 한 번 등교하는 ‘5부제’를 시행한다.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차은실(41)씨는 “내가 직장에 다녀서 돌봄을 신청했다. 그래서 오늘부터 매일 학교에 간다”며 “아이는 학교에 갈 수 있어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지만 급식은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1학년·4학년 딸을 둔 학부모 전모(43)씨는 “학교 가는 건 원래 일상인데 지금은 소풍처럼 특별한 일이 됐다”며 “아이도 선생님을 실제로 만나니까 무척 설레하더라”고 전했다.

채명숙(62) 수석교사는 “5부제 때문에 한 반에 5∼6명만 앉아 수업을 듣는다”면서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선생님들도 힘들겠지만, 아이들이 한창 교우관계를 다져야 할 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연신중학교에는 2학년 138명이 올해 첫 등교를 했다.

오전 8시도 되기 전 일찌감치 학교에 온 김모(14)군은 “사실 늦잠을 잘 수 있어서 온라인 수업이 더 좋은 점도 있었다”며 웃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다시 늘고 있다는데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교문부터 언덕으로 난 계단에 발자국 모양 종이 표식을 붙여뒀다. 교사와 학교 보안관은 등굣길 곳곳에 서서 인사하며 학생 간 거리가 유지되는지 살폈다.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학교로 향하던 김모(14)양은 “오랜만에 학교에 오니 설렌다”며 “집에서는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연신중학교는 지난주 3학년에 이어 이번 주는 2학년만, 다음 주는 1학년만 등교 수업을 한다. 학교 관계자는 “당분간 한 주에 한 학년씩 돌아가며 등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의 원촌중학교 앞에서도 오전 8시가 되자 삼삼오오 모여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이 늘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일찌감치 교문 앞에 나와 학생들을 맞이하며 ‘거리두기’를 지도했고, 학생들은 밝은 모습으로 소소한 잡담을 하며 교문으로 향했다.

친구 2명과 함께 등굣길에 오른 2학년 강태현(13) 군은 “등교를 많이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대해 다소 걱정스럽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 마스크 착용 등 방역과 관련된 지침을 잘 지키면 괜찮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여분 마스크와 물티슈를 챙겨왔다는 같은 학교의 A군은 “학교에 와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다”며 “부모님이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을 조금 하시긴 했지만, 여분 마스크도 챙겨왔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고3, 27일 고2·중3·초등1∼2·유치원생에 이어 이날 전국에서는 고1·중2·초등 3∼4학년이 처음 학교를 찾는다. 최대 178만명이 첫 등굣길에 오른다.

아직 온라인 수업 중인 중1과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은 이달 8일에 첫 등교 수업을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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