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 60만원…진화하는 카톡 피싱 [김채현의 EN톡]

눈 깜짝할 사이 60만원…진화하는 카톡 피싱 [김채현의 EN톡]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0-05-19 18:34
업데이트 2020-05-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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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58)가 실제로 당한 문화상품권 피싱 사기. 2020.05.19 독자 제공.
A씨(58)가 실제로 당한 문화상품권 피싱 사기.
2020.05.19 독자 제공.
“엄마, 나 핸드폰 액정 나가서 수리 맡겼어”, “전화 안 되니까 톡 줘”, “티켓번호 문자로 가면 알려줘”

대구에 사는 A씨(58)가 실제로 아들 B씨(29)이름으로 받은 카카오톡(카톡) 내용이다. 메신저에 뜬 아들 이름이 똑같고, 친구들과 공연 보려고 문화상품권을 구매해달라고 하기에 아무 의심 없이 돈을 송금했다. 평소에도 핸드폰을 자주 떨어뜨려 액정이 깨졌기 때문에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평소에도 아들이 친구들과 공연을 보러 가고, 아들 이름으로 연락이 와서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며 “돈을 더 보내 달라는 요구가 이상해 확인해 보니 피싱 사기범이었다”고 말했다.

방송인 오정연도 최근 본인을 사칭한 신종 보이스피싱을 경험했다. 오정연은 지난 15일 인스타그램에 ‘신종 보이스피싱, 카톡피싱 경험담 공유’라는 제목으로 카카오톡 대화방을 캡처한 사진을 게재했다.

오정연은 “오늘 저를 사칭한 범인이 엄마께 카톡을 보내왔다. 요지는 600만원을 빨리 송금해달라는 것이었다”며 “다행히 범인이 계좌번호를 잘못 썼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300만원 바로 날린 셈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더욱 다행인 것은 범인이 엄마와 대화를 나누던 그 시각, 제가 마침 엄마와 같은 집안(다른 방)에 있었다. 제가 우연히 딱 발견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엄마는 제게 대면 확인 없이 600만원을 이체하려 하셨었다네요”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아들’이나 ‘딸’ 등으로 접근해 가족에게 문화상품권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새로운 형식의 피싱 범죄로 떠오르고 있다. 카톡 피싱은 주소록을 털어 가족·친척 및 친구 전화번호를 빼내 카카오톡 등록 후 핸드폰이 고장 났다며 문화상품권 등의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을 빌린 뒤 소액결제 기능으로 문화상품권을 구입해 이를 가로채는 식이다.
방송인 오정연이 당한 카톡 보이스피싱.
방송인 오정연이 당한 카톡 보이스피싱.
문화상품권, 현금처럼 익명성 강해 ‘음성 화폐’로 악용
문화상품권은 애초 도서, 영화, 공연, 게임 등 다양한 문화상품 이용을 촉진하는 결제수단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현금처럼 익명성이 강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는 범죄자들이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추적이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 금융범죄뿐만 아니라 최근 문제가 된 ‘n번방’, ‘박사방’ 등 여성들의 성 착취물 유통 과정에 ‘음성 화폐’로 악용된다.

거래 수단으로 문화상품권을 언급하는 성 착취물, 마약 판매 글은 꾸준히 발견된다. 아직도 트위터 등 SNS에는 “무조건 문상(문화상품권) 거래만 한다”. “영상 15개에 1만원”, “문상 거래해야 입장 가능하다”는 글을 찾을 수 있다.

범죄에 악용하는 일이 많다 보니 성 착취물 등과 관련된 검거 사례에도 문화상품권은 빈번히 등장한다.

‘친구로 등록되지 ○○○ 사용자입니다’ 한 번 더 확인
카카오톡 ‘문화상품권 피싱 사기’ 예방법은 없을까. 먼저 지인 이름이라도 새로운 창이 열리면 카카오톡 맨 위 대화창에 ‘친구로 등록되지 ○○○ 사용자입니다. 금전 요구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뜬다. 사전에 친구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기에 카카오톡 보이스 피싱일 경우가 농후하다. 이를 한 번 더 확인하고, 금전을 요구한다면 꼭 전화로 확인한다.

특히 해외지역에서 포털사이트 로그인이 시도된다는 메시지가 오면 바로 비밀번호를 바꾸고 2단계 로그인 서비스를 이용하여 보안을 강화해야 하며, 카카오톡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을 주기적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카카오톡 피싱 당해 돈을 계좌이체 한 경우 빨리 해당 은행고객센터 또는 국번 없이 112신고하여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문화상품권을 결제를 한 경우는 해당 소셜커머스 고객센터에 전화하여 결제취소를 해야 한다. 만약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다면, 먼저 카드사에 전화해 결제승인번호를 알아낸 뒤, 승인번호를 해당 고객센터에 말하면 취소가 가능하다.

하지만 문화상품권 피싱은 소셜커머스에서 충전 후 바로 화폐로 교환하는 등 세탁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전문가들은 문화상품권을 지불수단으로 이용한 범죄도 추적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악용을 막으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선 경찰서의 한 수사관은 “대포통장 구하기가 까다로워지면서 ‘검은돈’ 세탁에 문화상품권이 쓰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은행·증권 거래를 금융감독원이 감시하듯 상품권도 발행·유통·사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피싱 피해자들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어디에 홀린 것 같았다”고 말한다. “누가 요즘 보이스피싱을 당하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날로 진화하는 범죄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

◆ 김채현 기자의 EN톡 : 독자들이 관심 있는 이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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