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확하게 말을 안 해주니까 주민들 불안감만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지난 8일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78세 대구 거주 여성 A씨의 자녀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박모(27)씨의 말입니다. 마포구가 확진자 동선에 대해 불완전한 정보를 공개하자 오히려 주민들의 혼란만 더 커졌다는 뜻입니다. 박씨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 단지 주민들 대부분이 이용하는 승강기도 있고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을 가능성이 큰데 불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마포구는 지난 9일 “마포구에 산다”고 주장했던 서울백병원 대구 거주 확진자가 등장하자 구청 블로그에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반쪽자리’ 동선공개라는 비난이 뒤따랐습니다. ‘2월 29일(토) 대구→서울 마포 자녀집(공덕동 소재)‘, ‘3월 2일(월) 자택→내과(도화동 소재)→약국(도화동 소재)→자택’과 같이 시간과 상호명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포구는 논란에 대해 “구체적인 아파트 명칭, 방문지 상호명 등을 공개하는 것은 확진자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라면서 “마포구는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공개 시 거주지나 상호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정확한 거주지, 상호명을 공개하지 않아 주민들은 법정동과 행정동을 헷갈리기도 하고 지역 커뮤니티에서 엉뚱한 아파트를 두고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습니다.
마포구 공덕동에 거주하는 이모(26)씨는 “해당 아파트는 법정동으로는 신공덕동, 행정동으로는 공덕동이다”라면서 “마포구가 ‘공덕동 소재’라고만 공개해서 주민들이 법정동 공덕동에 있는 아파트들을 거론하며 추측성 정보를 주고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이어 “나중에 알고 보니 법정동으론 신공덕동이어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마포구는 지난 11일부터 기존보다 더 상세한 동선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백병원 확진자의 동선도 거주지와 상호명, 시간대 등이 구체적으로 추가됐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는 중입니다.
마포구민들은 방역 일정에 대해서도 자세한 공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마포구가 백병원 확진자의 동선 전체를 방역했다고 알렸지만 확진자가 머물렀던 아파트에는 방역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마포구청의 블로그에 “방역을 대체 언제 했는지 날짜와 시간을 알려달라”, “진짜로 방역을 한 것이 맞냐”는 등 항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박씨 역시 “아파트 방역 일정에 대해 안내받은 바가 없다”라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는 아파트 승강기에 방역 일정에 대한 안내문도 붙여준다는데 부럽다”고 말했습니다.
확진자들에 관한 과도한 동선 공개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불필요한 사생활 침해가 일어나고 확진자를 두고 근거 없는 추측이 떠도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정부 및 지자체가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내밀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3일 지자체가 참고할 수 있는 ‘확진자 동선 공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접촉자가 발생한 지역을 알리는 것이 감염병 예방이나 환자 조기 발견에 도움이 돼야 한다”라면서 “그 외의 동선을 시간대별로 다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습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코로나19 확진자 발생한 서울백병원 ‘응급실 등 폐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 입원 중이던 78세 여성 입원환자가 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 외래 및 응급의료센터 등 병동 일부가 폐쇄됐다.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3일 구토와 복부 불편감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방문한 뒤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한편 확진자는 보호자와 함께 대구에서 온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20.3.8/뉴스1
지난 8일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78세 대구 거주 여성 A씨의 자녀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박모(27)씨의 말입니다. 마포구가 확진자 동선에 대해 불완전한 정보를 공개하자 오히려 주민들의 혼란만 더 커졌다는 뜻입니다. 박씨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 단지 주민들 대부분이 이용하는 승강기도 있고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을 가능성이 큰데 불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마포구는 지난 9일 “마포구에 산다”고 주장했던 서울백병원 대구 거주 확진자가 등장하자 구청 블로그에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반쪽자리’ 동선공개라는 비난이 뒤따랐습니다. ‘2월 29일(토) 대구→서울 마포 자녀집(공덕동 소재)‘, ‘3월 2일(월) 자택→내과(도화동 소재)→약국(도화동 소재)→자택’과 같이 시간과 상호명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포구는 논란에 대해 “구체적인 아파트 명칭, 방문지 상호명 등을 공개하는 것은 확진자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라면서 “마포구는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공개 시 거주지나 상호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가 거주지, 상호명 등을 제외하고 공개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마포구 블로그 캡처
마포구 공덕동에 거주하는 이모(26)씨는 “해당 아파트는 법정동으로는 신공덕동, 행정동으로는 공덕동이다”라면서 “마포구가 ‘공덕동 소재’라고만 공개해서 주민들이 법정동 공덕동에 있는 아파트들을 거론하며 추측성 정보를 주고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이어 “나중에 알고 보니 법정동으론 신공덕동이어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마포구는 지난 11일부터 기존보다 더 상세한 동선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백병원 확진자의 동선도 거주지와 상호명, 시간대 등이 구체적으로 추가됐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는 중입니다.
마포구민들은 방역 일정에 대해서도 자세한 공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마포구가 백병원 확진자의 동선 전체를 방역했다고 알렸지만 확진자가 머물렀던 아파트에는 방역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방역 모습
연합뉴스
확진자들에 관한 과도한 동선 공개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불필요한 사생활 침해가 일어나고 확진자를 두고 근거 없는 추측이 떠도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정부 및 지자체가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내밀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3일 지자체가 참고할 수 있는 ‘확진자 동선 공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접촉자가 발생한 지역을 알리는 것이 감염병 예방이나 환자 조기 발견에 도움이 돼야 한다”라면서 “그 외의 동선을 시간대별로 다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습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