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있슈]김기현 전 울산시장 첩보의 전말

[이슈있슈]김기현 전 울산시장 첩보의 전말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9-11-28 18:29
업데이트 2019-11-2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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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우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8일 울산시장 관련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첩보를 일선 수사기관에 단순 이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청와대 민정비서관 재직 당시 ‘드루킹’ 관련 조사를 받으려고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이날 오전 대전 서구 대전지방경찰청으로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백원우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8일 울산시장 관련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첩보를 일선 수사기관에 단순 이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청와대 민정비서관 재직 당시 ‘드루킹’ 관련 조사를 받으려고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이날 오전 대전 서구 대전지방경찰청으로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청와대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이슈,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 첩보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전말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했다.

●김기현 비위 수사 어땠나

지난해 3월 16일, 경찰들이 울산시청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시장 비서실과 건축주택과 등 5곳이 ‘털렸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6·13 지방선거를 고작 석 달 앞둔 시점이었다. 이날은 김 시장이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은 날이기도 했다.

경찰은 울산 북구 아파트 건설 현장 레미콘 납품 과정에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측근인 박기성 비서실장과 김 시장의 동생, 일부 시 공무원들이 특정 업체를 밀어준 정황을 잡은 상태였다.

경찰은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는 김 시장의 동생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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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
김기현 전 울산시장
당시 수사를 맡은 울산지방경찰청의 수장은 황운하 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즉각 반발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한국당 후보인 현직 시장 지지율을 떨어뜨리려는 “표적 수사”라는 이유였다.

황운하 당시 청장이 검경수사권 조정의 ‘아이콘’이라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황 청장이 문재인 정부에 잘 보이려고 야당 후보를 흠집내는 과잉 수사를 벌임으로써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경찰에 유리한 입장을 가져가려 했다는 의혹 제기였다.

●김기현을 이긴 송철호는 누구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는 치러졌다. 울산시장 선거에서 김기현 한국당 후보는 24만 475표(득표율 40.07%)를 얻는 데 그쳐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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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전 9기’ 샴페인 터뜨리는 송철호
‘8전 9기’ 샴페인 터뜨리는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가 13일 오후 울산시 남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샴페인을 터뜨리며 환호하고 있다. 2018.6.14 연합뉴스
승리는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돌아갔다. 송 후보는 31만 7341표(52.88%)로 김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송 후보는 1992년 이후 무려 8전 9기 도전 끝에 26년 만에 울산 시청에 입성했다. 여론은 송 후보의 인간드라마에 주목했다.

그는 1980년대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3대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이 스스럼 없이 형이라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매번 선거에서 진 송 시장이 안타까웠는지 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4년 토크콘서트에서 “송철호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고 언급한 일도 있었다.
문재인(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송철호(왼쪽) 울산남을 보선 후보가 27일 오후 울산시 남구 동평물놀이장에서 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4.7.27  연합뉴스
문재인(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송철호(왼쪽) 울산남을 보선 후보가 27일 오후 울산시 남구 동평물놀이장에서 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4.7.27
연합뉴스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송 시장의 후원회장과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수사 결과는 ‘무혐의’

그런데 황운하 청장이 마무리해 검찰로 넘긴 ‘김기현 측근 비리 사건’이 무혐의로 결론 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올해 3월 17일, 그러니까 울산경찰이 시청을 압수수색한 날로부터 딱 1년 뒤 울산지검은 김기현 전 시장의 비서실장과 전 울산시 도시국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미 선거에서 진 김 전 시장과 한국당의 화살은 황운하 청장을 향했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연합뉴스
김 전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황 청장이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공작수사를 했다”며 황 청장에 대한 처벌과 파면을 요구했다.

한국당은 “선거 개입의 윗선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토착비리를 척결하겠다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최종적 진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당시 후보자(김기현 전 시장) 직접조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입건을 유보하는 방법으로 절제된 수사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김기현 수사 출발점은 어디인가

그때 그 ‘김기현 수사’가 최근 다시 얘기되기 시작한 것은 당시 수사가 사실상 청와대가 직접 지시하고 챙긴 이른바 ‘하명 수사’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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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시장이 같은 날 자신이 낙선했던 6·13 지방선거에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서울 연합뉴스
김기현 전 시장이 같은 날 자신이 낙선했던 6·13 지방선거에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서울 연합뉴스
검찰이 최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덮어준 청와대 감찰라인이 누구인지를 캐면서 뜻밖의 ‘수확’을 거둔 셈이다.

지금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있는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기현 전 시장 측근 비리 첩보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의 시작점이 청와대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황운하 청장은 김 전 시장 첩보는 경찰청 본청으로 부터 받은 것일 뿐 첩보의 원천이 어디인지, 첩보의 생산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백원우 전 비서관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김기현 첩보’를 박형철 비서관에게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단순 이첩일뿐”이라고 해명했다. 민정수석실에 들어온 다양한 제보 가운데 공무원 관련 첩보를 감찰 담당인 박 비서관에 넘긴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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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향하는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특검 향하는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백 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해 그가 드루킹의 댓글조작 행위 등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으며 그의 인사청탁 등과 관련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2018.8.15
연합뉴스
●청와대 하명수사인가

백 전 비서관은 ‘김기현 수사’는 청와대 하명수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보를 넘긴 뒤 “해당 사건의 처리와 관련한 후속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 조차 없다”고 항변했다. 청와대가 수사를 종용하거나 중간 보고를 받았다는 일부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반면 한국당과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이 전달한 첩보가 재선에 도전하는 김 전 시장을 떨어뜨릴 목적으로 생산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문 대통령과 가까운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만들어진 정보일 수 있다는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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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오른쪽)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월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정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당시 박형철(왼쪽부터)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배석했다. 조 전 장관은 박 반부패비서관, 백 민정비서관과 회의를 갖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DB
조국(오른쪽)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월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정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당시 박형철(왼쪽부터)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배석했다. 조 전 장관은 박 반부패비서관, 백 민정비서관과 회의를 갖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DB
따라서 첩보를 누가, 누구의 지시로 만들었는지에 검찰의 수사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왜 하필 지금?

여권에서는 검찰이 ‘김기현 첩보’에 매달리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한다. 검찰개혁을 추진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을 둘러싼 의혹 수사가 신통치 않자 조 전 장관을 포함한 청와대 고위층을 겨냥했다는 얘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 치명상을 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백원우 전 비서관도 “김기현 수사와 관련돼 황운하 청장이 고발된 것이 벌써 1년 전인데 (검찰은) 단 한차례의 참고인, 피의자 조사도 하지 않고 있었다”며 “황 청장의 총선 출마, ‘조국 사태’가 불거진 이후 돌연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해 이제야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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