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선택한 이들은 잘 살고 싶지만 기회 얻지 못한 사람들”

“죽음 선택한 이들은 잘 살고 싶지만 기회 얻지 못한 사람들”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9-04-10 22:44
업데이트 2019-04-11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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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

미디어 모니터링하는 자살 예방 최전방
사회적 관심 커졌지만 인프라는 그대로
우리가 다른 선택할 기회 줬는지 살펴야
자극적 드라마 신고 등 작은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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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
“자살이 정말 개인의 선택일까요. 우린 죽음의 자유를 말하기 전에 한 생명이 절망과 마주했을 때 죽음 외에 다른 선택을 할 기회를 국가와 사회가 충분히 주고 있는지에 먼저 의문을 가져야 해요.”

신은정(44)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안타까움을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죽음을 선택한 이들은 잘 살고 싶었으나 그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생명과 죽음이 갈리는 현장에서 해결책을 탐색하고 각종 자살 관련 정보에 직접 대응도 하는 자살 예방 정책 집행의 최전방과 같은 곳이다.

연예인을 비롯해 유명인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기사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도는 글을 온종일 모니터링하며 자극적인 내용이 전파되는 것을 막는다. 한 명의 극단적 선택이 또 다른 이의 모방 자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2008년 배우 안재환씨 자살 사건 이후 번개탄 자살이 늘었다. 신 부센터장은 “샤이니 멤버 종현 사건 때도 자살 수단 관련 검색어가 포털사이트에 떴었다”고 말했다.

업무가 생명과 직결되다 보니 과거 인력이 부족했을 땐 전 직원이 자살 보도에 대응하느라고 짜장면을 시켜놓고 한 술도 뜨지 못한 적이 많았다고 한다. 신 부센터장은 “이전에는 갈탄, 번개탄 등 자살 수단이 여과 없이 보도됐지만 최근엔 기사의 제목만 보고선 사인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제된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동반 자살은 ‘살해 후 자살’로 바꿔 부르는 등 불과 몇 년 전부터 이런 변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 부센터장은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지만, 지역의 인프라는 예전과 똑같다”면서 “과거에는 6명이 일반 정신건강 문제를 담당하고 4명이 자살 문제에 대응했다면 지금은 밑돌 빼서 윗돌 괴기 식으로 인력 증원 없이 6명이 자살 문제를, 4명이 우울증 등 지역 정신건강 문제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명가량이 출동해 직접 자살 시도자나 정신 질환자와 신체 접촉을 하며 대응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신 부센터장은 “정신건강 공무원이 위기 상황에 노출돼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니 호신술 교육을 따로 받는 사례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살 시도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현장 실무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살을 연상케 하는 자극적인 드라마를 보면 신고하고, ‘자살은 좋지 않다’라는 댓글을 다는 작은 노력들이 모이면 현장도 큰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9-04-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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