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안팎 지나 계좌추적·통신기록 분석 실효성 의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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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검찰 등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지난 4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물을 토대로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이의 금품거래 흔적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뇌물 혐의 수사는 ‘윤씨가 2005∼2012년 김 전 차관에게 수천 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조사결과와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건네는 걸 봤다’는 2013년 경찰 수사 때 참고인들 진술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윤씨가 건설업을 하면서 휘말린 각종 송사가 적절하게 처리됐는지, 김 전 차관이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은 없는지 등을 살피고 윤씨 진술을 받아내면 금품의 대가성도 규명될 수 있다고 수사팀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검찰 안팎에서는 뇌물 혐의 수사의 기초인 계좌추적부터 난관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기관들은 입출금 내역 등 자금흐름이 기록된 전표를 5년이 지나면 대부분 폐기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상법상 전표 보존기간이 5년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이전 윤씨의 금융거래 내역을 정교하게 추적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수표거래는 5년이 지나도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보관되는 경우가 있지만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관계자는 “단편적 정보가 아닌 돈의 흐름 전반을 살펴보고 추론을 거듭해야 하는 계좌추적의 특성상 입출금 전표가 남아있지 않다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과 윤씨의 휴대전화도 압수해 분석 중이다. 그러나 관련자들 통신내역을 이동통신사에서 압수해 살펴보더라도 증거인멸 정황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통화내역은 최근 1년치만 보관된다. 수사단은 윤씨가 연루된 고소·고발 등 10여건의 형사사건 기록도 살폈으나 보존기간 등 문제로 상당수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데다 이미 수사가 한두 차례 이뤄진 만큼 관련자들이 물적 증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2013∼2014년 검·경 수사기록을 꼼꼼히 살펴 단서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초동 수사를 맡은 경찰이 검찰에 넘기지 않은 증거가 남아있다면 예상 밖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 4일 압수수색 대상에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가 포함된 데 주목하고 있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지난달 “경찰이 휴대전화와 컴퓨터 포렌식으로 확보한 3만건 이상의 동영상 등 디지털 증거가 송치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단은 지난 4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산하 디지털포렌식센터를 수색해 2013년 수사 당시 확보된 디지털 증거가 남아있는지 확인했다. ‘별장 성접대 동영상’ 등 성범죄 증거는 물론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단서 확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수사 초반 윤씨의 사건 청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사건기록을 수집하며 김 전 차관이 받은 성접대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다만 공소시효 등 문제로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고 관련 증거도 송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송치된 증거에 뇌물죄와 관련한 부분은 없었다. 경찰이 확보한 증거가 없었는지, 일부러 누락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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