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발생한 양양산불·고성서 시작돼 강릉, 동해로 확산한 동해안 대형산불태풍급 강풍 ‘양간지풍’에 속수무책…동시다발 불더미 확산
청명·한식을 전후한 4월 강원도 영동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대형산불의 악몽이 되살아났다.동해안에서는 유독 봄철인 4월 대형산불이 자주 발생했다.
4일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발생, 속초 도심을 거쳐 바닷가까지 번지며 피해를 키운 산불은 그동안 동해안에서 4월 발생한 산불과 닮은꼴이다.
대부분 밤에 발생, 강풍을 타고 번져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어 피해 규모가 커졌다.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20∼30m 강풍으로 손쓸 사이 없이 순식간에 확산한 형국이다.
이번 산불도 동해안에 내려진 강풍경보 속에 바람을 타고 해변으로 번졌다.
전날 4일 오후 미시령에는 순간 초속 30m 이상 강한 바람이 몰아쳤고, 해안가에도 초속 20m 안팎의 태풍급 강풍이 이어졌다.
이른바 양양과 간성 사이 국지적 강풍인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양과 강릉 사이 ‘양강지풍’(襄江之風) 때문이다.
봄철 한반도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 사이 강한 서풍이 밀려와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안에 더 건조한 바람이 부는 것이다.
또 영서지역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을 때 역전층을 만나 압축되는 동시에 속도도 빨라진 강한 바람을 만든다.
그야말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셈이다.
밤에 산불이 나면 동쪽으로 퍼지는 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 산불 진화를 더 어렵게 만든다.
공기가 차가워지는 밤에 산에서 해안가로 부는 바람이 더 강해진다.
이 때문에 이번 산불은 2005년 천년고찰 낙산사를 잿더미로 만든 양양산불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에도 이번처럼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월 4일 오후 11시 50분께 강현면 사교리 일대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까지 이어져 973㏊가 타는 등 909억원 피해가 났다. 168가구 418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건축물 166채가 소실됐다.
특히 낙산사 동종 등 문화재 5점과 전각 등 17채가 불에 탔다.
당시 산불도 초속 10~20m, 순간 최대풍속 32m 강풍인 데다 야간 헬기를 투입하지 못한 데다 강한 불길로 현장 접근이 어려워 순식간에 해변까지 불길이 번지는 등 확산, 천년고찰 낙산사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어 12일 뒤인 28∼29일에도 비슷한 형태로 양양군 현남면 주리에서 산불이 나 168㏊와 주택 등 건축물 16채가 불에 탔다.
앞서 2000년 4월 7∼15일 발생한 역대 최대규모인 동해안 대형산불과도 닮은꼴이다.
이번 산불처럼 고성에서 시작된 것은 물론 공교롭게도 강릉과 동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당시 고성 토성·현내 2천696㏊, 강릉 사천·석교 1천447㏊, 동해 북평·삼화 2천224㏊, 삼척 근덕·미로 1만6천751㏊ 등 동해안 4개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나 2만3천138㏊가 불에 타 1천72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사망 2명, 부상 15명 등 17명의 사상자가 나고 299가구 85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때도 야간에 불이 나면서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역대 최대 피해가 났다.
또 1996년 4월 23∼25일 이틀간 고성군 죽왕면 마파리에서 발생한 산불 역시 강풍 탓에 불길이 확산, 3천762㏊ 산림이 소실되고 주택 92채 등 건축물 227채가 불에 타 49가구 140명 이재민이 발생했다.
강원도 현장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현재 고성·속초 250㏊, 강릉 옥계 250㏊, 인제 25㏊ 등 525㏊(525만㎡) 산림이 불에 탄 것으로 집계했다. 여의도 면적(290㏊)보다 크고, 축구장 면적(7천140㎡) 735배에 달한다.
강릉은 110㏊로 파악됐으나 집계 과정에서 피해면적이 250㏊로 두 배 넘게 늘었다. 확인된 인명피해는 고성 사망 1명, 강릉 중상 1명과 경상 33명 등 35명이다. 재산피해는 고성·속초 지역이 주택 125채, 창고 6채, 비닐하우스 5개 동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