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일 중 하나만 선택해” 습관성 유산 병가 불허는 ‘차별’

“임신과 일 중 하나만 선택해” 습관성 유산 병가 불허는 ‘차별’

이근아 기자
입력 2019-03-08 12:09
업데이트 2019-03-0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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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성 임신으로 병가·휴직 요구한 근로자에게
“임신과 일 중 하나만 선택해라”는 복지관
인권위, 차별 결론

습관성 유산 치료를 위해 병가와 휴직을 내는 근로자에게 사직을 요구한 행위는 차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습관성 유산 역시 질병의 한 종류로 병가와 휴직 신청 요건에 부합한다는 결론이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을 모조리 무시하는 각종 탈법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진다. 그래서 많은 여성이 임신 사실을 숨기며 일한다. 사진=pixabay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을 모조리 무시하는 각종 탈법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진다. 그래서 많은 여성이 임신 사실을 숨기며 일한다. 사진=pixabay
국가인권위원회는 8일 습관성 유산 치료를 위한 병가와 휴직을 불허한 것은 차별이란 결론을 내렸다. 습관성 임신은 임신 20주 이전에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3회 이상의 유산을 말한다. 약 1%의 여성에게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2017년 종합복지관에서 음악치료사로 근무하는 진정인 A씨는 습관성 유산 치료를 위해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병가와 휴직을 신청했고 복지관 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인사위원들은 진정인에게 “꼭 임신하고 싶냐. 임신과 일 중 하나만 선택해라”, “늦은 나이에 임신하려는 네가 대단하다. 난 손가락 다섯 개가 붙어 있을지 겁나 임신을 못하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진정인은 또 다시 인신공격성 발언을 들을 것이 겁이 나 사직서를 제출했다.

복지관 측은 장애아동을 치료하는 음악치료사라는 직무의 특성상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진정인 측은 “진정인의 상황이 안타깝지만 복지관과 이용 장애 아동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습관성 유산으로 인한 병가와 휴직 불허는 차별이란 결론을 내렸다. 대체인력을 채용해 장애아동들의 지속적인 치료를 보장하면서 진정인의 병가와 휴직을 허가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다. 또 대다수의 인사위원들이 진정인에게 직장과 임신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점 역시 고려됐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지역 도지사와 복지관장에게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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